
박보검은 참 묘한 배우다. 화면 속에서든, 인터뷰 자리에서든, 사람을 휘어잡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밝고 따뜻하지만 가볍지 않고,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속 관식을 떠올리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누군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 말하며, 곁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 박보검은 관식을 꼭 닮았다.
▲관식의 10∼20대 연기…외형·내면 철저히 분석
“까까머리 관식이 많이 안 나와서 섭섭하지 않느냐고요?” 인터뷰 시작부터 특유의 해사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박보검이 연기한 관식은 힘들어도 군소리 없이 해내는 무쇠같은 인물. 아이유가 연기한 애순과 일생을 함께하며 사랑을 지키는 존재다. “화면에서 계속 보고 싶어 해주셔서 감사하다. 참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모든 배우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대본을 받았을 때 1960년대의 삶이 제 눈 앞에 그려질 정도로 임상춘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았다. 제 필모그래피에 남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 선택하게 됐다”라고 청년 관식의 비중에 대해 언급한다.
3월 7일부터 28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4편씩, 총 16편을 공개했다. 작품은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 1위, 전 세계 32개국 TOP10에 7주 연속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과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관식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박보검은 캐릭터의 외형부터 신경을 썼다. 박보검은 “운동선수 출신으로 나온다. 김원석 감독님이 10대 관식은 체격이 든든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5kg 정도 증량하고 운동도 했다. 그을린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 살이 드러나는 모든 부분에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바르기도 했다”며 “20대, 결혼하고 아이 아빠가 된 관식은 아가페적인 사랑의 결정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애순과, 그 사이에서 탄생한 아이들이 얼마나 귀한지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아버지가 된 관식의 내며닝 영글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는데, 그 분위기가 전달이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박해준과 2인 1역…“관식은 닮고 싶은 사람”
관식은 1950년대 생으로 나온다. 어른이 된 관식은 박해준이 연기했다. 박해준에 대해서는 “선배 덕을 봤다. 대본 리딩 때 톤을 맞춘게 다 였는데, 작품을 보니 정말 감정이 물 흐르듯 흘러가더라. 일찍 철이 들고 가장이 된 느낌을 표현하는 게 쉽진 않았는데, 관식의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신 게 해준 선배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주변을 챙기는 먼저 챙기는 성품의 관식을 보며 박보검과 싱크로율이 높은 캐릭터라 평했다. 미담 자판기라 불릴 만큼 바른 평소 언행 덕분이기도 하다. 박보검은 관식에 대해 ‘닮고 싶은 사람’이라 설명한다. “곧은 성정, 꿋꿋하고 우직한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었다. 성실함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도 다시금 알게 됐다. 글로 읽었을 때도 이런 관식이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에 보여지는 관식이는 더 멋있는 남자더라”라면서도 “당연히 다른 점도 많다. 가장 다른 부분은 표현력이다. 저는 관식이보다 적극적이고, 더 직접적으로 말을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박보검 “폭싹 속았수다, 계속 꺼내보고 싶은 작품”
이 작품을 통해 다시 깨달은 게 있단다. 좋은 글의 힘이다. “다시금 지금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보검은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의 모습이 멋있었다. 동시에 ‘난 좋은 어른일까’라는 물음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며 “이번엔 특히 가족을 떠올린다는 반응이 많다. 감사하다. 저는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을 때 표현하고, 애정하고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역할로 표현하고 싶었다. 언제 또 이런 연기를 해보나 싶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계속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표현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박보검은 “드라마 응답하다 1988을 겨울마다 다시 보신다는 분들이 많더라. 폭싹 속았수다는 봄에, 곧 방영될 드라마 굿보이는 여름마다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될 거다. 이제 가을에 보실 작품만 잘 만나면 될 것 같다”며 야무진 표정으로 각오를 다진다.
한 걸음 더 단단해진 박보검. 청춘스타를 넘어 진짜 배우로서의 깊이를 증명해낸다. 박보검, 이번에도 ‘폭싹 속았수다.(정말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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