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무비] 칸 영화제 韓 초청 ‘0편’…줄어든 관객수→창작 다양성 위축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를 못 보게 됐다. 경쟁 부문 등 주요 부문에 초청되지 못한 데 이어 감독·비평가주간 등 병행 섹션의 초청장을 받는 데에도 실패하며 충무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칸영화제는 지난 10일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 공식 부문 초청작을 발표한 데 이어, 15일 감독주간·비평가주간 등 비공식 부문 초청작을 발표했다. 수상을 놓고 경합하는 공식 부문은 아니지만 감독 주간은 프랑스 감독협회가 차별화된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비평가주간은 프랑스 비평가협회가 신인 감독을 발굴하기 위해 만든 부문이다. 24일 추가로 발표하는 초청작에 한국 영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는 없었다.

 

경쟁 부문 초청이 유력해 보였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후반 작업이 끝나지 않아 출품 자체를 안 했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도 개봉 일정을 내년으로 조정하면서 출품하지 않았다. 안효섭·이민호 주연의 전지적 독자 시점, 공효진 주연의 경주기행 등은 출품했지만, 칸영화제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한국 장편이 칸영화제의 초청장을 받지 못한 건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22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CJ ENM이 투자 배급하고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브로커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에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비경쟁 섹션 중 하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상영됐다.

 

칸영화제에 한국 영화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다. 임권택,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 감독 등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것에는 칸영화제의 역할이 컸다. ‘취화선’(2002) 감독상, ‘올드보이’(2003) 심사위원대상, ‘시’(2010) 각본상, ‘기생충’(2019) 황금종려상 등 화려한 수상 성과를 쌓아왔다. 

 

칸영화제는 베니스, 베를린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국제영화제 진출이 한국 영화의 저력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는 칸에 단 한 편의 장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한국 영화의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국내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초청 실패를 두고 일시적 부진이 아닌,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산업 침체의 결과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영화 산업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관객 수는 반 토막 났고, 대형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제작이 쏠렸다. 이마저도 투자 규모가 줄어든 탓에 제작 편수도 줄었다. 이후 OTT 중심의 투자 흐름이 가속화됐지만, 글로벌 플랫폼의 기준에 맞춘 상업적 콘텐츠에 치중하면서 국제영화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한 작품군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영화제는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한국 영화의 창작 다양성과 문화적 위상을 가늠하는 창”이라며 “칸 초청 실패는 산업 구조의 문제, 제작 환경의 문제, 그리고 창작자들의 여건을 알리는 복합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이번 초청 실패가 단순한 결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새로운 창작자 발굴과 실험적 작품 제작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78회 칸 영화제 개막작은 프랑스 영화 감독 아멜리 보닌의 리브 원 데이(Leave one day), 미국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명예황금종려상을 받는다. 오는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칸 일대에서 열린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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