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V리그에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된 지 벌써 3년 차를 맞이했다. 선수들의 활약은 쏠쏠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기대했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과열을 해소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아시아쿼터제는 2023∼2024시즌부터 V리그에 도입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몸값에 실력 있는 선수들을 데려와 V리그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차원이었다. 실제로 남자부 아시아쿼터는 1년 차 연봉이 10만달러고 2년 차부터는 12만 달러를 받는다. 여자부에서는 1년 차가 12만 달러고 2년 차부터 15만 달러다. 최대 연봉이 약 2억1000만원으로 구단 입장에서도 큰 부담없이 전력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는 참가국을 10개국에서 64개국으로 확대했다.
V리그에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예상과 다르게 빠르게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만 놓고 봐도 남자부의 아웃사이드 히터 알리(우리카드)와 아웃사이드 히터 야쿱(KB손해보험), 리베로 료헤이(대한항공), 여자부의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전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전 현대건설·현 정관장), 미들블로커 피치(흥국생명) 등이 국내 선수를 능가하는 실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알리는 첫 시즌 35경기에서 득점 부문 5위(529득점)로 정규리그 득점 부문 5위에 올랐고 공격 종합 1위(성공 55.82%)와 후위 공격 1위(성공률 63.16%)를 기록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메가는 여자부를 뒤흔들었다. 첫해부터 펄펄 날더니 두 번째 시즌에는 32경기에서 득점 부문 3위(802점), 공격 종합 1위(성공률 48.06%) 등 전 공격 부문에서 상위권을 마크했다.
남자부 최소 40만달러(약 5억7000만원), 여자부 최소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외인 선수보다 가성비에서도 앞선다.
하지만 연이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에도 FA 시장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남자부에서는 임성진이 한국전력에서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하면서 연쇄 이동이 발생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정호(삼성화재→한국전력)는 보수 6억원, 아웃사이드 히터 송명근(우리카드→삼성화재)은 보수 4억5000만원에 FA 이적에 성공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둘 다 정규리그 공격이나 수비 부문에서 10위 안에 드는 기록이 단 하나도 없다. 둘다 새 팀에서 주축으로 공격점유율을 끌어올려 활약하지 않는 이상, 지난 시즌 알리만큼의 성적을 끌어오기 쉽지 않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아시아쿼터 선수들보다 떨어지는 성적이지만 높은 연봉을 받아 간다. 비정상적인 구조다”라며 “아시아쿼터 선수 입장에서는 맥이 빠진다.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이 자신들보다 3∼4억원을 더 받아 가기 때문이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배구 관계자도 “올 시즌 활약한 메가나 위파위 같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보면 국내 선수들의 실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연봉을 비교하면 누가 국내 선수의 실력을 인정하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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