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강해림의 스크린 첫 티샷 ‘로비’…“제 장점은 근성”

 

첫 영화 데뷔작에서 이만큼이나 선명한 인상을 남기다니. 영화 로비 속 진프로는 단단하고 묵묵한 얼굴로 골프장 곳곳을 누비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낯설지만 반가운 얼굴의 주인공인 배우 강해림은 스크린이라는 낯선 무대에서도 진심을 담아 자신의 공을 곧게 날렸다.

 

강해림은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엔 많이 무서웠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부족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막상 개봉하고 관객 반응을 접하니까, 힘들었던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리더라”고 웃었다.

 

영화 로비는 배우 강해림의 영화 데뷔작이다. 진프로 역할을 위해 3개월간 매일 5시간씩 골프 연습을 하는 근성 덕분에 처음 본 관객들은 진짜 프로골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극장을 채운 관객의 웃음 소리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었다. 로비는 대본부터 남달랐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마음을 빼앗겼다. 강해림은 “너무 재밌었다. 미팅 자리에 가서 감독님이 캐스팅 라인업을 설명해주시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하정우 감독님이 관객이 ‘진짜 프로골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를 찾으셨다. 기회가 왔으니 최선을 다했다. 3개월간 매일 5시간씩 골프 연습을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폼이 좋다’는 피드백을 들으면 뿌듯하더라”고 말했다. 미국 골프 선수 넬리 코다를 롤모델 삼아 반복 연습을 이어갔다. 정석적인 스윙이 캐릭터와 딱 들어맞는다고 판단해서다.

 

진프로는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 속 유일하게 묵직한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캐릭터와 실제 강해림의 닮은 점이 무엇이냐 묻자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연기하는 장면도, 대화 속 단어도 오래 고민하고 입 밖으로 내는 편이다.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지금은 사회화가 되어서 조금 빠르게 답하는데, 진프로처럼 신중한 면이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정우가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현장에서 하 감독은 어떤 스타일일까. 강해림은 “배우들이 너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게, 디렉팅을 할 때 절대 무리한 요구가 없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신다”며 엄지를 든다. 현장에서 신경쓴 장면으로는 후반부 진프로가 최실장(김의성)에게 구토를 참지 못하는 장면을 꼽았다. “토하는 신이랑 욕하는 신은 여러 번 갔다. 드라마틱하게 뿜어져 나오는걸 찍어야하니까, 관을 입에 연결해서 호스를 CG처리로 없애고 뿜었다(웃음)”이라며 “욕하는 신도 여러번 갔다. 욕을 평소에 못하는 사람이 발끈해서 욕하는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현장에서 여러 버전으로 해봤던 거 같다. 욕을 하는게 스스로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감독님도 계속 해보자고 하셔서 다양하게 촬영했던 거 같다”라고 설명한다. 

 

최실장은 연기의 신 김의성 배우가 맡았다. 업계에서 남다른 후배사랑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격 없이 편안하게 후배들과 어울리며 현장 소통의 중심을 자처한다. 강해림은 “김의성 선배와 호흡은 어땠는지 질문을 많이 해주시더라. 현장에 나갔는데, 선배님이 안 계시면 서운할 정도로 후배랑 스태프도 잘 챙기시는 분이다. 너무 후배들을 예뻐하신다. ‘슛’ 들어가면 최실장이 너무 싫은데(웃음), 평소 너무 성품이 좋으시니까 제가 미워하는게 죄송할 정도였다”라고 돌아본다.

 

첫 영화 작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은 책임감이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영화는 배우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점이 절실히 느껴지더라. 스태프, 배우, 모두의 합이 있어야 되는 일이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연기에 입문하기 전까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던 그는 휴학과 자퇴 후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연기를 배워보지 않을래?’라는 제안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오디션과 낙방 속에서도 묵묵히 기다려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진프로다.

 

그는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연기는 특히나 마음도, 몸도 많이 소모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며 “제가 근성이 좋고 결과를 기다릴 줄 아는 편이다. 장점이다. 로비를 만난 것처럼 꾸준히 저를 갈고 닦아 좋은 작품으로 다시 대중과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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