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고 외치며 유럽으로 떠난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즈베즈다는 7일 세르비아 베로그라드의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치른 OFK 베오그라드와의 2024~2025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30라운드에서 3-1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개막 30경기 무패 행진(28승2무)을 달리며 승점 86을 마크,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리그 8연패, 통산 11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과 함께 리그 역사상 최단기간 우승이라는 새역사도 썼다.
중심에 자랑스러운 한국 풀백 설영우가 있다. 설영우는 유럽 무대 첫 시즌부터 즈베즈다의 만능 수비수로 우뚝 섰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측면에서 상대를 틀어막았다. 공격수 못지않은 날카로운 공격력도 뽐냈다. 리그 24경기에 출전해 6골·3도움을 썼다. 범위를 넓히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서 올린 3도움을 포함, 6골·6도움을 기록 중이다. 수비수라는 게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성공적인 첫 시즌이다. 2020년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울산HD에서 데뷔한 설영우는 지난해 6월 유럽으로 향했다.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 설영우는 유럽 진출 첫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끌어안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위기는 반등의 계기로 삼았다. 설영우는 지난해 12월 잠시 클럽을 떠났다. 국방의 의무를 위해서였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으나,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했다. 컨디션 난조로 이어질 수 있는 공백기였으나, 오히려 더 단단한 심신으로 복귀했다. 이후 4골·2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월 크루셰바츠전(4-0 승)에선 멀티골을 신고했다.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관의 길을 걷는다. 이미 울산에서 3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2022년과 2023년 K리그1 우승에 일조했다. 지난해 울산의 리그 3연패에도 사실상 기여한 셈이다. 즈베즈다 이적 전 K리그1에서 9경기를 뛰었다. 울산에서 안은 3개의 트로피에다 수페르리가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면서 꽃길을 걷는 중이다.
주가가 치솟는다. 빅리그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미 벨기에나 중동 구단 등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세르비아 매체 ‘에스프레소’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알자지라 등 중동 구단과 벨기에 헨트도 에이전트를 통해 설영우의 이적료를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황인범(페예노르트)처럼 즈베즈다의 우승을 이끌고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즈베즈다가 설영우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만큼 이적을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즈베즈다 잔류도, 큰 무대 이적도 모두 의미가 있다. 올여름, 그의 발걸음에 관심이 집중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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