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커피는 지난해부터 군 복무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를 광고 모델로 쓰고 있다. 광고 집행 비용만 60억원으로 알려졌다. 20억원을 가맹점주, 나머지는 본사가 부담했다. 압도적인 광고비에도 과반수 가맹점주에게 동의를 얻어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나친 광고비 부담에도 연예인 광고 모델을 섭외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높은 인지도를 쌓기 위함이다. 대중성에 기반해 당대 최고 인기의 스타를 발탁할수록 그 효과는 더 크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후폭풍도 거세게 몰아쳐 큰 타격을 준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교류도, 소통도 빠르게 확장되면서 미투(Me too, 권력형 성범죄 피해사실 폭로), 학교폭력,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연예인을 향한 도덕적 잣대가 더욱 엄격해졌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에게 결함이 발생하면 그 여파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철저한 계약에 의해 이뤄지는 관계이기에 부정 이슈가 터진다고 해서 광고주가 바로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광고 모델을 둘러싼 여론이 악화하면 돈은 돈대로 쓰고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망가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뒤늦은 대처는 더 큰 악재가 된다.
심화하는 인적 리스크를 감당해서라도 연예인 모델을 써야 하는 분명한 이유는 광고 효과 때문이다. 비용이 높아도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투자라고 판단하고 실행을 한다. 이른바 하이코스트, 하이이펙트다. 그런데 이제 무조건적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최근 초유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배우 김수현이 단적인 예다.

2007년 데뷔한 김수현은 첫 사극 해를 품은 달(2012)에 이어 전지현과 호흡한 별에서 온 그대(2014)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톱스타 반열에 올라 선보인 눈물의 여왕(2024)까지 연타석 홈런을 쳤다. 20대 시절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장르 불문 연기력, 카메라 밖에서 보여주는 빈틈 있는 모습마저 사랑받았고, 대중적인 이미지는 고스란히 광고계 활약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국내 기준 모델료 약 10억의 S급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랬던 김수현이 광고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고 김새론이 미성년자던 시절 교제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까닭이다. 출연 중인 예능은 편집, 차기작은 공개를 보류했다. 교제 시기와 현행법 등을 따져보았을 때 법적인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미지로 살아가는 배우에게 도덕적 논란은 치명타다.

유명 연예인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가장 먼저 광고 브랜드가 피해를 입는다. 인기를 등에 업고 체결한 광고에 대중은 배신감을 느낀다. 불매 움직임에 기업들은 빠른 대처에 나섰다. 식품, 의류, 명품 브랜드 등 15개 안팎의 모델로 활동한 김수현의 논란 이후 광고계는 앞다퉈 ‘손절’을 선언하고 있다. 프라다는 발탁 3개월 만에 앰버서더 계약을 해지했고, 아이더와 홈플러스 등은 계약 파기 절차를 검토 중이다. 광고주들은 공식 SNS 계정을 비롯해 김수현 관련 콘텐츠를 모두 삭제했고, CJ의 뚜레쥬르는 이달 만료되는 김수현의 모델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 두루 활약해왔던 탓에 각 브랜드는 해외 시장까지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중화권도 수습에 한창이다. 쿠쿠전자 중국법인은 광고 및 홍보 자료를 삭제하고 진행 중이던 마케팅도 중단했다. 쿠쿠 측은 “시장 피드백과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한 신속한 대응”이라는 입장과 함께 “향후 법적 절차를 통해 관련 사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소비자 요청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기업들의 주요한 경영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목소리를 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보이슈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슈머는 목소리(voice)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단어로 자신의 가치관에 맞춰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그들에게 모델의 사회적 논란은 불매의 지대한 이유가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 의견을 나누고 결집할 수 있는 공간이 늘면서 소비자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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