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가 ‘연애 예능’ 전성시대가 도래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핵심인 진정성이 의심되거나 출연자를 향한 악성 댓글 문제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리얼리티를 내세운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TV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연애 예능 전성기를 연 채널A ‘하트시그널’은 시즌4가 방영된 지 2년 가까이 됐지만 후속 시즌 대신 스핀오프를 내놨다. 다른 인기 프로그램인 ‘환승연애’, ‘솔로지옥’이 매년 후속 시즌을 내놓는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하트시그널은 앞서 시즌4 방영 당시 여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자막을 넣는 과정에서 요일을 잘못 적어 타임라인 조작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한 남성 출연자가 여성에게 선물로 준 핸드크림의 브랜드는 ‘제작 지원’으로 표기돼 PPL 의혹이 불거졌다. 출연자들이 데이트하는 모든 장면이 연출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촬영 목격담에선 “카메라 및 스태프 30명 정도 있었다”며 “촬영 중 ‘컷! 이 부분 잘 안 들려요’라는 제작진의 목소리까지 들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모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이미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용문으로 전락했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가 과연 진정성 있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지 의구심이 기본적으로 있다”며 “배우나 모델 등이 대부분인데 진정한 연애를 위해서 나오는 것인지, 방송 출연의 욕심이나 향후 연예 활동 계획을 목적으로 삼는 것인지 의구심이 늘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NA, SBS Plus ‘나는 솔로’는 매 시즌 출연자들의 기이한 언행으로 주목받는다. 출연자들 간 무례한 언행은 물론 최근엔 스토커 논란까지 발생했다. 비연예인 출연자들은 전과 등 과거 사생활 논란이 발굴되고 때로는 출연자끼리 서로 고소전을 벌인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SNS로 달려가 비난을 퍼붓는다. 다른 연애 예능의 출연자들도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도 넘은 악플을 감내해야 한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출연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출연자들이 불필요하게 과도한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또 이 교수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들은 상담 제공 등 출연자 보호와 관련된 안전 가이드라인이 있다”며 “나는 솔로는 (출연자들을) 라이브 방송에 노출시키기도 하는데 출연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점검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시청자를 향해서도 이 교수는 “(콘텐츠가) 편집에 의해서 만들어진 서사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시청자가 과몰입하도록 방송을 만드는 게 PD의 역할이지만 시청자들도 방송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어쨌든 리얼리티 TV쇼라는 지점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최근의 연애 리얼리티는 점점 선정성으로 문제가 생긴다”며 “높아진 수위도 그렇지만 나는 솔로의 경우 리얼리티가 가진 과한 면을 자주 보여준다. 일반인의 부정적인 모습까지 다 묘사해서 출연진이 피해를 받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자극적이고 날것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 경향이 이미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서양권에선 훨씬 자극적인 영상이 많은데 우리도 그렇게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 있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생활 노출 등 윤리적인 지점을 계속 검증해야 하는데 그 실험에 앞장선 게 바로 연애 리얼리티”라며 “아직은 크게 노골적이지 않지만 조금씩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검증해야 나중에 더 크게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조금씩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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