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스타트’ 해법은 ‘노 스톱’… SSG 노경은 “시즌 끝나고 공 내려놓지 않았다”

SSG 노경은이 24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허행운 기자

 

불혹의 홀드왕, 그의 시계는 멈출 줄 모른다.

 

프로야구 SSG의 노경은은 1984년생으로 올해 만 41세 시즌을 맞는다. 2003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지명된 후 20번째 시즌을 치르는 백전노장이다. 그럼에도 경기력은 누구에게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77경기 8승5패 38홀드, 평균자책점 2.90(83⅔이닝 27자책점)으로 역대 최초 2년 연속 30홀드, 리그 최고령 홀드왕 영예를 안았다. 긴 커리어에서 거둔 첫 개인 타이틀이었다.

 

SSG는 시즌 종료 후, 2+1년 최대 25억원의 자유계약(FA)을 안기며 그의 헌신을 인정했다. 노경은도 멈출 생각이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여전히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다. 미국 플로리다 1차 캠프 불펜 피칭에서는 벌써부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146㎞까지 나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2차 캠프지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와 만난 노경은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구속을 더 올릴 단계는 아니다. 더 한다고 150㎞ 이상을 때릴 수 있는 선수도 아니다. 지금처럼 던지는 게 목표이고 욕심도 없다”며 “지금은 실전 감각을 올리는 데 집중한다. 컨트롤과 변화구 구사 등에 포커스를 맞춰야 될 듯하다”고 바라봤다.

 

SSG 노경은(가운데)이 24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열린 2차 스프링캠프 훈련에 앞서 미팅을 갖고 있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그럼에도 좋은 조짐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매년 캠프에서는 작년에 부족했던 걸 채우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지난 시즌 끝나고 계속 팔 (상태) 유지를 해왔다”고 귀띔했다. “몸을 다시 만들고 준비할 때, 잊어버렸던 밸런스를 찾기 위해 고생하다 보니 슬로우 스타트 경향이 있었다”며 “올해는 그걸 방지하고 처음부터 100%를 내기 위해 공을 안 내려놓고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게 선택의 이유였다.

 

좋은 결과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고정 루틴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차적으로는 성공이라고 본다. 처음에 143㎞ 그리고 146㎞까지 나오길래 선택을 잘했다고 느꼈다. 당장 아픈 곳도 없이 일단 순조롭게 잘 가는 중”이라고 흡족함도 덧붙였다.

 

체력 문제가 뒤따를 수는 있다. 그는 “선발이었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다. 선발을 해봐서 알지만, 선발은 아예 공을 안 만지고 트레이닝을 많이 해야 한다. 난 지금 중간 투수니까 이런 테스트를 해보는 거다. 야구 테크닉이 정말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SSG 노경은이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베테랑으로서 견뎌야 할, 남들과는 다른 1년의 무게감도 무시하기 힘들다. 그는 “어릴 때는 1년 주춤해도 다시 기회를 주고 지켜봐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못하면 끝난다는 강박이 생긴다. 그게 운동을 빼먹지 않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며 “이번 FA로 최대 3년까지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고 하지만, 이걸 2군에서 이어가는 건 의미가 없다.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1년씩만 바라봐야 될 것”이라 마음을 다진다.

 

남다른 이정표도 그를 기다린다. 통산 승리와 홀드 모두 86개로 상징적인 숫자 ‘100’ 고지를 남겨둔 상황. 노경은은 “승리는 솔직히 운이 따라야 한다. 매년 7∼8승씩 한 것 같은데 진짜 운이 좋았다”며 “많이 출전하다 보면 또 승리가 따라올 수 있지 않겠나. 이닝 보다는 많은 경기를 나가 투구하고 싶다”는 듬직한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일본 오키나와=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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