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김새론 씨, 먼저 연락할 걸 그랬어요

16일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짜뉴스이길 간절히 바랐던, 배우 김새론의 사망 기사다.

 

스물다섯, 이제 막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었던 나이에 우리는 그녀를 떠나보내야 했다. 충격과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 사건을 둘러싼 언론과 대중의 반응을 돌아보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김새론은 한때 촉망받는 배우였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2022년 음주운전 사건 이후 그녀의 삶은 급격히 달라졌다. 이후 그녀가 선택한 것은 자숙이었다. 그 과정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포착됐고, 이는 곧바로 ‘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가짜 알바생’이라는 조롱과 ‘생활고 호소를 통한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라는 색안경이 덧씌워졌다.

 

고백해본다. 나는 그녀와 관련된 기사들을 쓰지 않았을 뿐, 나 역시 그 색안경을 눈에 꼈다.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며, 그럴듯한 증거로 만들어진 유튜브 영상을 보며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지나쳤다.

 

그러나 며칠 뒤. 내 눈으로 직접 봤다. 그녀의 모습이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것.

 

채널A ‘행복한 아침’에서 전했던 것처럼, 신사동의 한 예쁜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한 김새론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부엌에서 일을 하다가 나와서 너무 상냥하게 이야기하는 직원이 있었다. 동행인이 ‘저 사람 배우 김새론 같아’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 눈으로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걸 확인한 날이다. 갑자기 무심하게 기사를 지나친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금 내가 언론사 명함을 주면 부담스러울까? 백 번쯤 고민하고 메모를 써내려갔다.

 

카운터에 있던 김새론에게 갔다. 그리고 메모지와 펜을 빌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나도 사실은 기사를 보고 오해하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너무 미안하다.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에 대해서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다음에 좋은 날, 좋은 장소에서 우리 꼭 영화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이야기였다. 명함도 함께 메모지에 넣었다. “P.S: 절대 인터뷰 요청 등이 아니니 부담이 아니길 바란다”는 글도 함께 했다.

 

그리고 카페 여사장님이 DM을 주셨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새론이가 올라가서 울었던 일, 본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것, 꼭 티타임을 갖자는 이야기 등이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작은 메모 한 장이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 정도로, 그녀는 이미 언론과 대중의 시선 속에서 깊이 상처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새론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했다.

 

이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녀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과연 정당했는가. 실수와 잘못은 반드시 비판받아야 하지만, 회복할 기회마저 빼앗아야 했을까. 한 번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진 이들을 향해 사회는 너무도 손쉽게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한편으로는 반성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반성의 시간을 가지려 하면 끊임없이 과거를 들추며 그들을 다시 바닥으로 내몬다.

 

언론의 역할은 비판뿐만이 아니다. 균형 잡힌 시선으로 진실을 전하고, 한 인간이 다시 설 수 있고 대중이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언론의 책임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새론에게 그 기회를 주었는가. 나부터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죽음 앞에서도 무거워야 할 언론이, 지금 또다시 이 사건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녀를 한낱 기사 제목으로 소모해왔고, 이제는 애도마저도 하나의 흥밋거리로 보는 대중의 시각이 아직 존재함을 느낀다. 이 비극이 또 다른 희생을 낳지 않도록, 이제는 멈춰야 한다. 부디 그녀가 머무는 곳에서는 부당한 시선과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히 쉬기를 바란다.

 

배우 김새론이 근무했던 카페의 사장님이 직접 찍은 사진이다. 생전 그녀의 밝은 미소와 생기 넘치는 에너지가 현시점 대중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녀 생전에 전하지 못한 말을 이제는 해본다. 새론 씨, 혹시나 기자의 연락이 부담될까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한 번 용기내볼 걸 그랬어요. 그곳에선 꼭 평안을 찾길 바랍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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