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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태극마크 형제가 탄생했다. 문정현(KT)과 문유현(고려대) 형제가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본선 티켓을 노리는 남자농구대표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여느 형제들처럼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둘이지만,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에 서로가 자랑스럽다. 둘은 입 모아 “이번 대회서 잘해 또 함께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다. 형제는 엘리트 시절부터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으며 농구 명문 고려대에 나란히 진학했다. 먼저 형 문정현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학생 신분으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 개최)에 나섰다. 동생 문유현은 2학년이었던 지난해 아시아컵 예선을 뛰며 처음으로 국가대표 무대를 밟았다.
함께 국가대표에 뽑힌 건 처음이다. 문유현이 처음으로 나선 아시아컵 예선 당시, 문정현은 부상 중이라 함께하지 못했다. 문정현은 “이번 명단을 봤을 때 둘 이름이 다 있어서 정말 기뻤다”며 “동생이랑 통화로 ‘뽑아주신 분들께 실망시켜드리지 말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다음에 또 함께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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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함께 땀 흘렸다. 문정현과 문유현은 2023년 고려대서 각각 4학년, 1학년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후 문정현이 프로에 진출하면서 기회가 없었다. 이번 동반 승선으로 약 1년 6개월 만에 다시 한솥밥을 먹는다. 문유현은 “형을 다시 보게 됐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농구를 잘하더라”라고 웃은 뒤 “이전까지 슛 대결하면 내가 많이 이겨 형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슛이 많이 좋아진 모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형 역시 동생의 변화를 눈치챘다. 문정현은 “오랜만에 함께 훈련했는데 많이 늘었더라. 대학생 때는 힘, 스피드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아졌다. 형으로서 뿌듯하다”면서 “좀 더 자신 있게 하길 바란다. 근데 워낙 코트에 서면 눈에 불을 켜고 하는 편이라 걱정은 되지 않는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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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함께하는 만큼 유쾌한 에피소드도 생겼다. 지난 16일 밤 문유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문정현. “형이 밤에 대뜸 전화해선 간식 남은 거 있냐고 물어보더라”며 운을 뗀 문유현은 “이후 미안했는지 ‘네 건 안 뺏어 먹을게’하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해명의 시간이다. 문정현은 “아 사실 그날 저녁을 좀 부실하게 먹어서 전화했었는데, 동생은 왜 그런 얘기를… 부끄럽다. 뺏어 먹진 않았다”며 유쾌하게 답했다. 이어 “사실 어렸을 때는 많이 뺏어 먹었다. 인정한다. 그래서 유현이 키가 덜 컸나”라고 웃으면서도 “지금 유현이 먹는 거 보면 나보다 많이 먹는 것 같다. 몸에 좋은 건 다 입에 넣는 스타일이라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문 형제를 포함한 대표팀은 지난 18일 태국으로 출국했다. 20일 태국, 23일 인도네시아를 상대한 뒤 귀국한다. 한국은 2승2패로 조 2위다. 태국을 꺾으면 조 2위를 확정해 본선 진출권을 얻는다. 객관적으로 한국이 우위다. 한국은 FIFA 랭킹 54위이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89위, 7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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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형제의 눈빛이 번뜩인다. 문정현은 “한국 랭킹이 많이 떨어졌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무조건 잡고 더 멀리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번 경기를 하나씩 잡으면서 팬분들께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뛰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유현은 “형과 함께 승리하고 돌아오겠다. 개인적으로 훈련 땐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코트에 서면 눈에 불을 켜고 하겠다. 백업 역할 잘해서 가드 형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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