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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향해가는 세터 한선수(대한항공), 그의 이야기는 아직 멈출 줄 모른다.
한국 남자배구 최고의 세터 계보, 김호철-신영철-최태웅을 잇는 이는 바로 1985년생의 한선수다. 2007~2008 KOV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한 번의 이적 없이 팀을 지키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마흔 살에 가까운 나이에도 현역 최고 세터 평가를 들으며 코트를 누비는 중이다.
긴 세월 세워온 숱한 이정표가 있어 가능했다. 지난 17번의 시즌에서 정규리그 1위 7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5회, KOVO컵 우승 5회를 빚었다.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최초의 통합 4연패를 진두지휘했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2회 그리고 2022~2023시즌에는 세터 최초의 정규리그 MVP까지 거머쥐며 살아있는 전설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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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올해 또 하나의 역사를 추가했다. 바로 남자부 역대 4번째 500경기 출전이다. 여오현(625경기), 하현용(577경기), 박철우(564경기)의 뒤를 이었다. 세터 포지션으로는 최초이며 전례와 다르게 한 팀에서만 500경기를 뛰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뜻깊은 기록이다. 실력과 경력, 팀을 향한 애정까지 모두 담긴 값진 기록이기 때문.
한선수는 “한 팀에서 이 기록을 만든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웃으며 “저 혼자 뛴다고 500경기를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함께 뛴 선수들이 있기에 가능한, 다같이 만든 기록이다. 500경기 출전을 생각하고 한 건 아니다. 동료들 그리고 모든 대한항공의 팀원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쌓인 경기만큼 늘어난 나이가 부담이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그는 “지난 시즌 전에는 대표팀 차출, 컵대회가 이어지면서 몸 만들 시간이 없던 게 힘들었다. 올 시즌도 대표팀에는 안 들어갔지만 전지훈련 등 이것저것 하니 똑같이 힘들더라”며 “(나이를 먹으니) 2달이면 몸을 만들던 게 3, 4달로 늘어난다. 그 시간이 길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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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베테랑의 걸음이 멈추는 건 아니다. 열정만큼은 젊은 시절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이미 다음 목표도 정해뒀다. 그는 “팬들과 약속한 게 하나 있다. 바로 2만 세트(성공)를 채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천안 현대캐피탈전까지 통산 1만9598개의 세트를 성공시킨 그는 이 부문 역대 1위다. 2위인 동료 유광우(1만4842개)와의 격차도 상당한, 독야청청의 질주다. 만족하지 않고 뜻깊은 숫자를 채우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
선수생활 황혼기에 접어든 만큼, 언젠가 다가올 종착지에 대한 밑그림도 그리는 중이다. 그곳에는 역시 모든 선수의 목표인 우승이 걸려 있다. 그는 “배구 인생의 마지막은 우승하는 자리에서 은퇴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그게 내 가장 큰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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