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타] 가치로 증명한 정배, 해뜰날 온단다…‘오겜2’ 이서환

Squid Game S2 Cr. No Ju-han/Netflix © 2024

[이슈스타]는 어제까진 몰랐지만 내일은 스타인 이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다. 어쩌면 배우 이서환은 이 코너의 최고령 인터뷰이다. 그만큼 노출된 정보가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이서환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로 전 세계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기자는 최근 타 작품 일반 시사회에 참석한 그를 마주했다. 극장을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알아본 작품의 팬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는 다정함이 눈에 띈다. 이제는 길을 걸어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진 ‘유명 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역할도, 엔딩도 시즌2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아내는 남편의 연기를 보지 못한다고. “와이프는 요리사가 칼만 들어도 못 본다. 피가 나오는 장면은 더더욱 힘들어한다”며 웃는 그에게서 오징어 게임2 촬영 비하인드와 배우로서의 고민을 들어봤다.

 

‘오징어 게임2’의 글로벌 인기가 실감 나느냐는 질문에 이서환은 “콩닥콩닥, 얼떨떨하다”라며 심경을 고백했다. “주변에서는 ‘고생 끝났다’는 반응이다.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알지 않겠나”라며 들뜨지 않으려는 모습. 그는 “와이프는 피가 나오는 장면을 못 본다. 그래서 게임 성공하는 장면만 봤다. 5인6각 장면도 음악이 좋으니까 보고. 아마 그 장면만 열몇 번을 본 거 같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2’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솔직히 민폐만 아니면 좋겠다 싶었다. 저는 제가 보기 편한 연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봤을 때 불편하면 관객은 더 불편할 테니까”라며 연기 철학을 말했다.

 

이서환은 친구와 함께 유튜브에서 ‘혼비여비테레비’라는 커버 채널을 운영 중이다. “노래든 연기든 듣고 보기 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습할 때도 ‘이게 내가 듣기 편한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요.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란다. 고맙게도 작품 공개 이후 구독자도 늘었다.

 

이서환은 시력이 마이너스 3~4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촬영 중 렌즈를 끼는 게 불편해 그냥 진행했다. “‘둥글게 둥글게’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색깔을 보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병헌 선배와 둘이 들어갈 때는 암전이 됐다가 불이 켜졌는데, 순간 모든 게 흐릿하게 보이더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선배님이 나를 잡고 뛰어야 했다. 바닥엔 피도 흥건했고, 정신없이 뛰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현실감 100% 연기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현장에서 처음엔 긴장이 많았다. “조단역만 해오던 제 옆으로 이정재, 이병헌, 박성훈, 양동근, 임시완 같은 배우들이 앉아있다고 생각해봐라. ‘이거 진짜인가? 몰래카메라 아닌가?’ 싶더라. 초반엔 두근두근했는데, 어느 순간 월드스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모두가 편하게 대해준 덕분에 그냥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더라”라고 촬영 현장을 돌아봤다.

 

사실 이서환의 연기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진로를 교사로 정하고 교생 실습을 나갔다가,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방황 끝에 독일로 떠났고, 다시 돌아와 아버지의 권유로 CCM을 하다 또다시 길을 잃었다.

 

서른이 넘어서까지 돌고 돌다 마침내 대학로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쪽팔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를 연기에 몰입하게 만든 작품은 ‘노틀담의 꼽추’였다. “막공 때 박수를 받았는데, 처음으로 ‘이거 도전할 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오디션 20번을 연속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에 붙었고, 2008년 ‘빨래’를 만나 운명이 바뀌었다. 여기가 제 연기 학교다. 정말 연기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연기를 배웠다”라고 연기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를 전했다.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냐는 질문에 “순수한 악역”이라고 답했다. “조커 같은, 동정할 필요 없는 악역이 하고 싶다. 잭 니콜슨 같은 느낌의 순수한 악을 해보고 싶다. 아직 그런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다”라고 답한다.

 

이제는 연기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오겜2’의 조연인데도 주연급으로 평가해주시는 게 신기했다”는 이서환은 “연기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때 같다”고 속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돈이 아무리 적어도 좋은 작품이라면 조연이든 주연이든 독립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 상업영화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작든 크든 ‘연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한다. 

 

무명의 시간을 견디고, 결국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 그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과 고민이 결실을 맺고 있는 지금, 이서환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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