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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오두리’를 만났다. 지난달 23일 종영한 KBS 2TV ‘수상한 그녀’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정지소를 본 후 시청자들의 평가다.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 오말순(김해숙)이 하루아침에 스무 살 오두리로 변하게 된 뒤 다시 한번 빛나는 전성기를 즐기는 로맨스 음악 성장 드라마로, 동명의 영화(2014)를 원작으로 한다.
정지소는 극 중 오두리를 맡아 연기했다. 영화에서 배우 심은경이 같은 인물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은 만큼 부담이 컸을 테지만 오히려 ‘영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원래 존경하던 선배님이다.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부담감이 들 새가 없었다”며 “영화를 다시 보려고 했는데, 똑같이 따라하는 느낌이 날까봐 안 봤다. 차별이 없으면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없어지니까. 드라마만의 매력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서사는 물론, 밴드가 아닌 K-팝 걸그룹 도전기를 그린다는 점과 70대로 돌아가 여생을 사는 대신 6개월간 20대로 살고 소멸하는 등 영화와 다르게 그려졌다. 정지소가 ‘오말순/쌍둥이 동생 자넷’ 1인 2역을 연기한 김해숙과 완벽한 오말순으로, 때로는 애증의 자매 케미로 호흡을 맞춘 것 자체가 드라마의 매력이었다.
정지소는 “해숙 선배님을 처음 뵀을 때 너무 떨렸다. 대선배님과 함께 연기를 해야 된다는 것에 사실 부담이 컸다. 그 마음을 알고 계셨는지 먼저 연락처도 주시고 다가와 주셨다”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확신이 부족했는데, 선배님께서 제 연기를 유심히 보고 계시다가 제가 하고 있는 게 맞다는 확신을 주셨다. 덕분에 연기적으로 깬 부분들이 있었다”고 함께 연기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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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소 역시 1인 2역이었다. 소리없이 사라진 니스엔터 에이스 연습생 에밀리를 연기했다. 그는 “아이돌 연기를 하면서 체중 관리가 힘들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인데 무대 의상에 몸을 맞춰야 하니 힘들더라.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서 ‘오늘은 먹어야겠다’, ‘먹지 말아야겠다’를 정했다”며 “촬영이 다 끝나고 아이스크림을 왕창 먹고 배탈이 났다”고 웃픈 사연을 밝혔다.
부지런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는 정지소는 오는 4월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몸 안에 악마가 자리해 이상증세에 시달리는 은서를 연기한다. 정지소는 “생애 처음 해보는 캐릭터다. 액션도 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소름도 많이 끼쳤다”고 귀띔했다.
영화 ‘태양의 노래’(개봉 미정), ‘시스터’(개봉 미정) 등 작품도 앞두고 있다. 쉬지 않고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에게 원동력을 묻자 “끊임없이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정지소는 “가만히 잘 못 있겠다. 좋아하는 걸 계속 하고 싶은데 그게 연기”라며 “지난해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로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객석에서 반응이 바로 오는 게 매력있더라. 얼른 또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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