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한데 설렌다. 유치해도 빠져든다. 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국적 학생들의 ‘엑스오, 키티’가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엑스오, 키티는 넷플릭스 대표 하이틴물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가상의 한국 국제 학교 ‘KISS’를 배경으로 한다. 2023년 5월 공개된 시즌1은 ‘사랑 맺어주기’가 특기인 키티가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남자친구와 재회하고 새로운 경험과 설렘을 마주한 이야기를, 시즌2는 사랑은 물론이고, 인생도 가족 문제도 상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질풍노도 키티와 친구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서는 ‘2025년 가장 기대되는 신규 및 복귀 TV 프로그램 27편’ 중 하나로 꼽았고, 포브스는 ‘2025년 새 시즌 공개 전 정주행해야 할 넷플릭스 시리즈 5’에 선정할 만큼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시즌 1이 전 세계 49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끈 데 이어 시즌2의 흥행 기록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가 열광하던 ‘오징어 게임’의 아성을 무너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공개된 시즌2는 공개 당시부터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전 세계 TV쇼 부문 1위에 올라섰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을 배경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국 드라마보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담는 데 노력했다. 서울의 고궁과 남산, 명동 등 유명 관광지가 노출되고, 삼겹살 회식 등의 한국 문화도 소재가 된다. 추석을 맞아 명절 음식을 요리하고 민속놀이도 즐긴다. 오징어 게임에 나온 공기놀이와 윷놀이 등을 엑스오, 키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돌아가신 엄마의 발자취를 느껴보기 위해 한국에 왔고, 미처 몰랐던 가족의 사연을 좇는 키티의 노력 속에서도 한국의 고택과 시장 풍경 등이 담긴다. 엔딩마다 바뀌는 K-팝 노래를 찾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룹 비투비 프니엘은 시즌2 말미 민호의 형이자 월드스타 준호로 깜짝 등장한다. ‘흑백요리사’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이름도 나온다.

K-드라마 특유의 클리셰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다소 뻔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개연성을 고려해 진지하게 바라보면 다소 어색함이 보일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배경의 드라마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엑스오, 키티 속 10대들의 고민과 갈등, 우정과 사랑 이야기는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성 정체성에 관한 갈등도 자연스럽게 다룬다. 유치하고 뻔해도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느껴지는 게 엑스오, 키티의 힘이다.
캐나다 배우 애나 캐스카트가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키티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덕이다. 키티를 한국으로 이끈 대(Dae)역은 배우 최민영의 활약도 눈여겨 볼 만하다. 시즌1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진짜 여자친구 키티와 가짜 연애 중인 유리(김지아)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그렸다면, 시즌2에서는 이별 후유증과 우정, 노래와 춤 실력까지 발휘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시즌2에서는 민호 역의 이상헌이 키티와 우정과 썸 사이의 간질간질한 감정을 쌓아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츤데레 서브남으로 분한 민호는 ‘비행기 고백’으로 키티를 당황시킨 채 시즌1을 마무리 지었다. 시즌2에서 감정을 억누르고 가족의 갈등과 감정의 고민을 그려간다. 데뷔작 엑스오, 키티로 스타덤에 오른 이상헌은 한국 국적으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해왔다. 유리 역의 김지아와 민호 역의 이상헌은 실제 남매 사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하이틴 로맨스 특성상 아직 풀 수 있는 이야기도, 풀어야 할 이야기도 많다. 새 학년에도 한국 생활을 이어가게 된 키티,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연애는 절대 안 하기로 다짐했다”는 민호가 가족들의 여름 투어를 함께 떠나며 시즌2의 엔딩을 맞은 가운데, 시즌3를 향한 시청자들의 염원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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