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 무대를 점령한 윤이나가 ‘대형 신인’ 타이틀과 함께, 미국에서 설레는 첫걸음을 내디딘다.
윤이나는 오는 7일부터 나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파운더스컵(총상금 200만 달러·약 29억원)에 출전한다.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골퍼의 ‘아메리칸 드림’이 시작된다. 윤이나는 지난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상금왕 그리고 최저타수상까지 3개의 트로피를 휩쓸며 국내 무대를 제패했다. 정해진 수순처럼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등용문’으로 불리는 LPGA 퀄리파잉(Q) 시리즈 최종전 8위로 LPGA 투어 출전 티켓을 손에 쥐었다.
길었던 우여곡절만큼 오래 품어온 윤이나의 꿈이 드디어 날개를 펼치는 무대가 파운더스컵인 셈이다. 이번 대회는 12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풀필드’ 대회로, 사실상의 2025시즌 개막전으로 여겨진다. 앞서 김아림의 통산 3승이 빚어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최근 2년간 투어 우승자 32명만 출전한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였기 때문. 출전 자격이 없던 윤이나는 갤러리로서 현장 분위기를 익히며 현지 적응에 집중했다.
시즌 목표는 역시나 신인왕이다. 주홍글씨로 남아있는 2022년 한국여자오픈에서의 오구 플레이로 인해 KLPGA 무대에서도 얻어내지 못했던 타이틀이다. 윤이나는 지난 LPGA 진출 공식 기자회견에서 “매 대회 최선을 다한다면, 우승이든 신인왕이든 타이틀도 오지 않을까 싶다”며 “장기적으로는 세계 1위도, 오랫동안 해보고 싶다. 올림픽 금메달도 욕심나는 타이틀”이라는 당찬 청사진을 공개했다.
당연히 쉬운 길은 아니다. 숱한 경쟁자들을 물리쳐야 한다. 특히 최근 강세를 보이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출신 선수들과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Q시리즈 수석이자 세계랭킹 13위의 야마시타 미유, 각각 Q시리즈를 2위와 5위로 뚫은 이와이 아키에-이와이 치사토 쌍둥이 자매도 강력한 경쟁자다. 셋 모두 윤이나와 함께 데뷔한다. 지난해 토토 재팬 클래식 우승에 이어 개막전 8위로 저력을 보여준 랭킹 16위 다케다 리오도 난적으로 꼽힌다.
한편, 윤이나 외에도 많은 ‘K-시스터즈’가 출격한다. 개막전 우승을 거둔 김아림과 세계랭킹이 7위로 가장 높은 유해란은 휴식하지만, 전인지와 박성현이 부상 공백을 뚫고 복귀를 알린다. 전인지는 지난해 5월 US여자오픈 이후 9개월 만에, 박성현은 2023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 4개월 만에 LPGA 투어 필드를 밟는다. 둘 다 윤이나에 앞서 엄청난 국내 인기를 구가했다는 점에서, KLPGA 신구 스타들의 경쟁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파운더스컵과 유독 좋은 궁합을 자랑하는 고진영도 출격한다. 2019년, 2021년 그리고 2023년에 트로피를 들면서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진 그는 네 번째 우승을 정조준한다. 또한 2015년 우승자인 김효주를 비롯해 임진희, 이소미, 이미향, 이정은 등 총 14명의 태극낭자가 출전한다.
유수의 톱랭커들과의 경쟁을 뚫어야 우승이 보인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비롯해 해너 그린(호주·6위), 후루에 아야카(일본·8위), 찰리 헐(잉글랜드·9위), 셀린 부티에(프랑스·10위) 등 수많은 별들이 대회를 누빌 예정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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