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프 랭글러는 일상마저도 특별한 여행으로 만든다는 점이 매력이다. 여기에 강렬한 핑크 색상이 돋보이는 ‘뉴 랭글러 투스카데로 리미티드 에디션’은 도로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다.

터프함의 상징인 지프가 웬일로 ‘핫핑크’를 내놨을까. 해당 색상의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의 한 부대는 핑크색이 새벽 혹은 황혼 시간대에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점을 착안해 지프를 도색하고 적진으로 침투해 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투스카데로는 밤에는 검정색, 때에 따라 보라색, 붉은색으로 보이는 오묘한 색상이다.

기자는 최근 뉴 랭글러 투스카데로 리미티드 에디션(투스카데로)을 서울에서 오산 및 대전 등지를 오가며 약 200㎞를 시험 주행해봤다.

색상에 대한 이야기는 투스카데로의 핵심이다. SUV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지프 랭글러는 투스카데로 색상을 만나 칙칙한 도로의 표정을 다채롭게 바꿔놨다. 낮에는 가장 튀는 색상이지만 해가 측면에서 비추는 시간대에는 완벽한 위장색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밤에는 흑적색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특히 대낮 주정차 시 도로 및 행인들의 쏟아지는 시선을 만끽할 수 있다. 전 세계 6000대의 한정판으로 지프코리아가 국내에는 딱 21대만 배정했다.


단순히 색상만 특별하지 않다. 뉴 랭글러 루비콘 하드탑 모델을 토대로 해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도어 실 가드(Door Sill Guard), 전 좌석 그랩 핸들, 그리고 외관에 포인트를 선사하는 캐스트 알루미늄 소재의 주유구 커버를 추가 장착했다. 여기에 단 21대만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한 넘버링 뱃지까지 리미티드 에디션의 가치를 더했다.


본질은 뉴 랭글러 루비콘과 동일하다.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달아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한다. 달리기용 차량은 아니지만 일반도로에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8단 자동 변속기를 갖춰 일상에서도 편안한 주행 질감을 만끽할 수 있다. 지프가 오프로드의 아이콘이긴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랭글러 이용자들이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만큼 편안한 주행감은 필수항목이다.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과거 지프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감성으로 타는 차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감성을 지키되 편리함과 타협했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무선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면서도 버튼식 조작부의 전통은 계승했다. 최근 차량은 공조기능 등 대부분의 조작부를 터치화하는 경향이어서 오히려 사고를 유발한다는 관점도 있다. 뒷좌석도 편안하고 편리하다. 230V는 물론이고 C타입까지 제공한다. 투박하기만 했던 정통 미국차의 변신은 대성공이다.

하드탑을 뜯어내면 일반적인 선루프와는 남다른 개방감을 선사한다. 일반차량이 내려다 볼 수 없는 높이에서 하늘과 맞닿으니 더욱 쾌적한 느낌이다. 타 차량에서 느낄 수 없는 하늘과 땅을 다 가진 기분이다. 최신 로드스터처럼 버튼 조작이 아닌 직접 조립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은 불편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루비콘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랭글러 루비콘의 오프로드 성능은 가히 최강이다. 4:1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시스템과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 등이 탑재됐다. ‘없는 길도 만들어서 간다’는 오프로드 특화 기능들이다.
글·사진=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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