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화려한 무대X묵직한 메시지 ‘알라딘’

뮤지컬 ‘알라딘’은 디즈니 원작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머나먼 사막 속 신비의 아그라바 왕국의 시대. 좀도둑 알라딘은 마법사 자파의 의뢰로 마법 램프를 찾아 나섰다가 주인에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를 만나게 되고,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얻으려다 생각도 못했던 모험에 휘말리게 된다.

 

화려한 조명과 폭발적인 퍼포먼스는 완벽한 디즈니 마법을 선사한다. 무대 위 볼거리만 챙긴 게 아니다.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이라는 묵직한 메시지가 이 작품의 핵심. 꿈과 사랑, 우정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는 과정을 반짝이는 무대 속에 녹여냈다.

 

알라딘 역의 박강현은 소년 같은 맑은 에너지 속에서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가창력으로 반전 매력을 뽐낸다. ‘거리의 청년’이 왕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재치와 순수함으로 표현해, 관객들이 자연스레 그의 모험을 응원하게 만든다.

 

민경아표 자스민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싶은 당찬 공주의 면모가 돋보인다. 자칫 평면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공주 캐릭터를 빛나게 만든 것은 민경아의 섬세한 감정선 덕분. 알라딘과 함께 부르는 듀엣곡에서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한다.

 

정원영이 그리는 지니는 무대 위에서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의 소유자다. 스탠드업 코미디 같은 대사 처리와 춤, 넘치는 끼로 대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이 작품에서 지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케 한다.

 

알라딘 하면 떠오르는 것은 ‘마법 램프’와 ‘마법의 양탄자’, 그리고 재기 발랄한 지니의 활약이다. 실제로 무대는 관객이 상상했던 모든 화려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다. 이국적인 궁전, 웅장한 황금 세트와 조명, 의상 변환은 매 장면마다 동화를 표현한 듯 하다. 그러나 이 모든 볼거리 뒤에는 “과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자리한다.

 

알라딘이 왕자의 외양으로 자신을 꾸며 자스민 앞에 서지만, 결국 정직한 마음과 진심어린 용기를 통해 진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니 역시 램프 속에 갇혀 있다가 해방을 꿈꾸며, 자유와 우정의 가치를 몸소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 용기야말로 삶을 빛나게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어린 시절 동화책을 펼쳐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 친숙한 이야기. 그러나 실제로 무대에서 맞닥뜨린 알라딘의 모험은,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곱씹어 보고 싶다면, 당장 이 반짝이는 아그라바 왕국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그 화려함 속에서 ‘나’라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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