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도 못해…‘캥거루족’ 는다 [나혼자 ‘계속’ 산다]

뉴시스 제공.

 1인 가구라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캥거루족’까지 증가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경제적, 정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며 함께 사는 성인 자녀를 의미한다.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다. 캥거루가 새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모습에서 유래된 용어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사용됐다. 최근 경제적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 고물가, 주거비 상승 등의 문제로 급격하게 급증하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다. 성인이 된 후 독립적으로 살다가 다시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는 젊은 세대를 의미하는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 일자리가 없으며 취업활동도 하지 않는 ‘니트(NEET)족’도 포함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5~39세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캥거루족 비중은 50.6%나 기록했다. 주거비 높은 대도시의 비중이 컸다. 또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2030 캥거루족 현황과 특징’에서는 최근 우리나라 캥거루족의 특징으로 30대 초반 연령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30~34세 캥거루족 비중이 2020년 53.1%로 2012년(45.9%) 대비 7.2%p나 증가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30대 캥거루족의 증가는 은퇴를 앞둔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자식의 경제적 기반 마련을 위해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한 관찰 예능도 등장했다. MBC에브리원·MBN ‘다 컸는데 안 나가요’는 높은 물가와 집값 상승으로 청년 2명 중 1명이 캥거루족이라는 사회상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에 담고 있다.

'다 컸는데 안 나가요' 전민경 PD. MBC에브리원 제공.

 전민경 PD는 “캥거루족이 트렌드가 되면서 주목하게 됐다. ‘나 혼자 산다’가 아닌 ‘부모와 산다’”라고 소개하며 “뉴스에서는 개인의 잘못이라 탓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 하나의 현상이 될 만큼 다수가 속한다면 공감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정규 편성을 꿰찼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자발적 캥거루’가 된 인피니트 동우, 살갑게 부모님을 챙기는 래퍼 지조 등 ‘미운 캥거루’가 아닌 각자 사정을 가진 ‘따듯한 캥거루’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공감을 자아냈다. 전 PD는 “안타깝게도 집값이 많이 오르고 경제는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다. 14년 전 ‘나 혼자 산다’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혼자 사는 사람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어서였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관찰 대상에 대한 애정과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캥거루족이나 1인 가구가) 누군가의 잘못으로 나타난 건 아니라는 생각에 잘 봐주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높은 물가와 집값 상승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존재한다. 캥거루족을 희화화하지 않고 이들의 이야기를 따듯하게 풀어가고자 한다. 자신도 캥거루족이라고 밝힌 전 PD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길 바랐다. 실제로 부모님과 같이 사는 스태프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출연진의 관찰기와 교차점을 찾으려 했다. 전 PD는 “평일엔 출근하고 주말엔 휴식을 취하려 하는데, 부모님들은 주말이면 집안일을 몰아서 시키려 하신다. 그런 평범한 일상과 일반적 감정을 다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 취업난으로 인한 안정적인 수입의 부재는 사회현상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미취업 기간이 3년 이상인 15~29세 취업 장수생은 지난해 5월 기준 23만8000명으로 전체 미취업자의 18.5%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23년 17.3%보다 1.2%p 증가한 수치이며 2013년 5월(18.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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