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해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10년 넘게 인기를 끌며 국내 대표 예능 자리를 꿰찼다. 정치권조차 이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1인 가구는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2013년 첫 방송 돼 MBC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월 한국갤럽이 조사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1위 자리에 올랐다.
당시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 시대’를 조명한다는 기획의도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1인 가구 800만에 육박하는 2025년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초창기에는 김광규, 육중완 등 ‘헝그리 1인 가구’를 비쳤다면 점차 성별, 연령의 폭을 넓혀 반짝이는 ‘싱글 라이프’를 담아냈다. ‘똑같은 하루는 없고 특별하지 않은 삶은 없다’는 모토 아래 관찰 예능의 부흥을 일으켰다.
13년 차에 접어들기까지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반짝이는 연예인들의 삶 이면에 ‘나홀로’ 펼쳐지는 가감 없는 일상이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한 효과다. 혼술, 혼밥, 혼캠핑 등 혼자서도 당당하게 사는 모습은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바꿔놓았다. 전현무는 “혼자 사는 자체가 우울하고 짠한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워낙 다양한 1인 라이프가 있기에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걸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사는 모습 속에 공감이 더해졌고 여기에 기안84, 박나래, 키, 전현무 등의 ‘무지개 가족’의 끈끈한 관계성도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로 작용했다. 혼자 살지만 연대하며 사는 즐거움도 그려진다. 출연진들은 서로의 일상을 지켜보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이는 시청자에게도 새로운 동기 부여를 전파한다.
트렌드가 변해감에 따라 1인 가구를 주제로 한 예능과 드라마도 많아졌다. 인기리에 시리즈제로 제작된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013∼2018년)는 1인 가구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시즌1이 혼자 사는 사람들, 혼자만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시즌2는 혼자 잘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의 감정을 풀어냈다. 특히 시즌2는 1인 가구가 많은 세종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 구대영(윤두준)이 이웃을 만나며 겪은 이야기다. 작가진 전원이 1인 가구로 구성돼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로 공감대를 얻었다.
1인 가구를 조명하는 여러 예능 프로그램도 시도됐다. ‘독립만세’는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는 ‘초보 독립러’들의 홀로서기 도전기를 담았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이수현 남매와 유튜버 재재 등이 출연해 사회 초년생들의 공감을 얻었다. ‘온앤오프’는 베테랑들의 싱글 라이프로 부러움을 샀다. 바쁜 일상 속 사회적 나(ON)와 개인적 나(OFF)를 보여준 방송으로 성시경, 엄정화 등 연예계 대표 1인 가구 관찰기가 인기를 얻어 시즌제에 성공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도전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개인 유튜브 채널도 ‘싱글 라이프’ 엿보기를 가능하게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방송인 최화정이다. 27년간 이어오던 라디오 DJ에서 하차하며 유튜브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를 시작한 그는 MZ세대부터 또래 세대까지 아우르는 인기 크리에이터에 등극했다. 60대에 접어들었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른바 ‘다이아미스’라 불리는 그의 생활 패턴, 식습관, 피부관리부터 소소한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