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유스 국가대표팀을 모텔로?’… 충남도·천안시의 지역 이기주의

‘자라나는 유·청소년 축구 국가대표팀을 또 모텔로 보내야 할까.’

 

충남축구협회, 충북축구협회, 대전광역시 축구협회, 세종시 축구협회 등 총 4개 축구협회와 대전하나시티즌, 충남아산FC, 충북청주FC, 천안시티FC 등 4개 구단은 30일 오후 2시 천안축구센터에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파주NFC 병행 운영 반대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병행 운영 반대 성명서는 내년 1월8일 치러지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허 후보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현재 건설 중인 대한민국 종합축구센터와 경기도에 위치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함께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유는 지역 개발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시와 충남도는 거액을 들여서 사업을 뒷받침하고 지금까지 왔는데 우리는 돈만 부담하고 실질적인 지역 개발 효과는 전혀 없이 빈 껍데기 훈련장을 앉힌 것으로 만족해야 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이를 파기환송했으나 검찰은 원심과 같은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충남도와 천안시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상황을 천천히 살펴보지 않고, 병행을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투 트랙 운영이 왜 필요한지 논의하고 합의를 찾아야 하지만, 충남도와 천안시는 애초 후보자의 공약이 나오자마자 반대 입장을 내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숙소 문제다. 과거 파주 NFC의 경우 숙소동 선수 수용 시설이 부족했다. 이에 A국가대표팀과 여자축구 대표팀, 유·청소년 대표팀 소집이 겹칠 경우 우선적으로 A대표팀이 사용하도록 조치했다. 이때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와 유·청소년 대표팀은 파주 NFC 인근 모텔에서 생활하며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인지도와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 축구대표팀과 유·청소년 대표팀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당당한 대표팀 일원이다. 이들도 시설을 사용할 당당한 권리가 있다. 같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누군가는 파주 NFC 시설을 사용하고, 누군가는 모텔에서 생황해야 했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의 선수 숙소동 규모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이 겹쳐서 소집될 경우 모두 수용이 가능한지 살펴봐야 한다. 물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내에는 유스호스텔 건설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곳에서 생활할 경우 일반 팬이나 유스호스텔 이용객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또 감수해야 한다.

 

충남도와 천안시가 지역 내 위치한 대한민국 종합축구센터와 파주 NFC의 병행 운영을 반대하기 앞서 이러한 부분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지역 대회에 출전하려면 지역 내 모텔이나 호텔을 주로 사용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표팀은 다르지 않나. 나라를 대표하는 자부심을 아이들에게 심어줘야 하는데, 모텔을 쓰라고 하면서 그럴 수 있겠나. 이런 선수들이 편하게 시설을 사용하면서 축구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른들이 해야 할 일 아니가”라고 꼬집었다.

 

파주 NFC에서는 지도자 연수도 진행해왔다. 이동국, 안정환 등 한국 축구 레전드들도 이곳에서 연수를 받은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지도자 연수도 마찬가지다. 매번 대표팀 일정을 피해 시간에 쫓겨 연수 일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서는 안된다. 명지도자를 배출하는 것도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이유는 또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파주 NFC의 사이가 틀어진 결정적인 계기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밖으로 알려진 바는 계약 기간이 완료돼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왜 사용 기간이 완료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약 기간 완료를 앞두고 협회와 파주시의 합의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그러나 누군가가 마지막 도장을 찍지 않았다. 그 누군가는 판단에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한국 축구의 성지가 돼야 한다. A대표팀을 필두로 주요 대회를 앞둔 대표팀이 사용하면 된다. 다만 소집 일정이 겹칠 경우, 대회 중요도(공식 대회 및 평가전)에 따라 병행해서 사용한다면 모두의 훈련 환경을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지도자 강습 역시 좀 더 유연하게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충남도와 천안시는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다. 돈을 쓴 만큼 지역 효과를 누려야겠다는 욕심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충남도와 천안시의 행보는 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정치적인 퍼포먼스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종합축구센터를 중심으로 파주 NFC와 병행 운영하겠다는 공약은 허정무 후보가, 대한축구협회 천안 이전 백지화 공약은 신문선 후보가 내걸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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