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는 로맨스’ 백성철, 오찬휘에 도전하다 [스타★톡톡]

배우 백성철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성철은 지난 10일 종영한 ENA '취하는 로맨스'에서 오찬휘 역을 맡았다. 사진=김용학 기자.

‘구경이’ 속 말 없는 산타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취하는 로맨스’의 오찬휘는 반전 그 자체였다. 작품의 소재가 된 맥주의 톡 쏘는 매력만큼이나 톡 쏘는 청춘을 그렸다. 나아가 사랑을 향한 직진남의 매력, 상처를 안은 복합적인 감정 표현까지 이번 작품을 통해 백성철이 보여준 얼굴은 실로 다채로웠다. 

 

지난 10일 종영한 ENA ‘취하는 로맨스’는 감정을 숨기는 게 당연한 ‘초열정’ 주류회사 영업왕 용주(김세정)와 감정을 캐치하는 게 일상인 ‘초민감’ 브루어리 대표 민주(이종원)의 로맨스를 그렸다. 백성철은 용주의 절친이자 토스트 트럭을 몰고 전국을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 오찬휘로 분했다. 용주와 민주의 연애가 다소 조심스럽게 발전했다면, 찬휘와 아름(신도현)의 로맨스는 거침없고 현실적이었다. 

배우 백성철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성철은 지난 10일 종영한 ENA '취하는 로맨스'에서 오찬휘 역을 맡았다. 사진=김용학 기자.

“이번 작품의 목표는 시청자들이 봤을 때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었어요.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죠.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여름에 시작해 찬 바람이 불어올 즈음까지. 오찬휘를 준비하고 연기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했다. 오찬휘와의 싱크로율은 20% 정도. 실제 모습보다 높은 텐션의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과 연습의 시간도 길었다. ‘하이 텐션’을 자랑하는 찬휘를 준비하며 구매한 건 다름 아닌 ‘고함 항아리’다. 종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백성철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고함 항아리를 사서, 촬영 전에 혼자 남아 소리를 지르며 텐션을 올렸다. 산에서 소리 내는 것처럼 질러봤는데, 효과가 괜찮았다”고 오찬휘 캐릭터의 비결을 전했다.

 

주연 4인방 중에서도 단연 말도 행동도 많고 활기찬 캐릭터였다. 고함 항아리의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촬영장의 분위기를 익혔고, 인물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찬휘와 비슷한 친구들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선배 배우들의 추임새를 따라 해보기도 했다. 쑥스러운 듯 “나중에 후회했다”고 말했지만, 텐션을 높이기 위해 대사에 몸짓을 섞고, 리듬을 실어봤다. 오찬휘가 되기 위해 거듭한 노력이었다.

 

특수 부대 출신의 서사를 안고 있는 캐릭터에는 탄탄한 몸도 필수였다. 출연을 확정하고 첫 촬영까지 정확히 53일을 남긴 그는 곧장 헬스장으로 향해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촬영 내내 운동을 병행했다. 때마침 첫 촬영이 5화 바닷가 입수 신이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더 예쁘게 찍을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후반부 수영장 신은 개인적으로 바닷가 신보다는 괜찮은 것 같았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밝기만 했던 찬휘의 과거엔 아픔이 있었다. 후반부, 군 재직 당시 죽음을 마주하고 트라우마를 갖게 된 찬휘의 서사가 드러났다. 입수 장면이나 총기를 다루는 장면 등 특수 부대만의 특징을 담기 위해 관련 영상도 많이 찾아봐야 했다. 

 

‘취하는 로맨스’는 ‘짝사랑 전문’이던 그가 첫 쌍방 로맨스를 경험한 작품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직진남’의 매력을 보여주더니 썸에서 연애, 결혼 준비까지 빠르게 진도를 나갔다. 상대역은 방아름 역의 신도현. 첫인상을 묻자 극 중 애칭을 들어 “왜 ‘방아름다움’인줄 알겠더라. 한눈에 뿅 반하는 상황이 납득되는 얼굴이었다”며 웃어보였다.

 

4인방 중 막내였던 백성철은 형, 누나들의 배려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언제나 하이텐션을 유지해야했던 터라 까불거리는 게 일상이었던 그의 텐션에 맞춰주려 노력했다고. 그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도현) 누나가 배려를 많이 해줘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놨다. 

배우 백성철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성철은 지난 10일 종영한 ENA '취하는 로맨스'에서 오찬휘 역을 맡았다. 사진=김용학 기자.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암투가 벌어졌다. 실제 브루어리를 찾아가 촬영을 진행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다. “현장에 가서 배우가 아닌 진짜 브루어리 사장님이 출연하신 적도 있다. 긴장을 많이 하셔서 NG가 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했다. 술을 만드는 장면만큼 마시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었다. 배우들에게는 무알콜과 알콜 주류의 선택지가 주어졌지만, 애주가인 배우들은 가끔 알콜이 담긴 술을 마시며 촬영하기도 했다. 

 

백성철은 “브루어리에서 맥주를 마시니 정말 맛있었다. 평소 탄산이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 맥주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평소 선호하는 술은 소주, 주량은 2병가량이다. 맥주를 마시게 된다면 탄산이 덜 한 흑맥주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생각이 깊어지는 탓에 ‘혼술’은 즐기지 않는다. 좋아하는 안주는 한치. ‘최애 맥주’를 묻자 오래 고민했지만, ‘최애 소주’를 묻자 단번에 답이 나와 웃음을 안겼다.

 

고숙자 역의 백현주, 심영자 역의 박지아, 이이장 역의 장혁진, 김씨 역의 장원영 등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뱉어내는 마을 사람들의 능청스러움은 ‘취하는 로맨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선배들의 생활 연기에 웃음이 끊기지 않는 현장이었다. 백성철은 “영자, 숙자 선배님들과의 촬영은 웃겨서 촬영이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워낙 에너지가 좋으시다 보니 눌리면 안 되겠다 생각하기도 했지만, 살짝 눌렸다”면서 “아직 신인이다 보니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뿐만 아니라 도매협회장으로 출연한 이덕화 배우를 향한 존경심도 표했다. 전작 ‘구경이’를 통해 이영애와 호흡했던 백성철은 “이영애 선배님보다 연차가 많은 선배님은 처음 뵀다. 거기서 오는 아우라와 에너지가 존경스러웠다”며 배움이 가득했던 현장을 회상했다. 

배우 백성철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백성철은 지난 10일 종영한 ENA '취하는 로맨스'에서 오찬휘 역을 맡았다. 사진=김용학 기자.

백성철이 바라본 ‘취하는 로맨스’는 어떤 작품일까. 그는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결핍을 치유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 속에 사랑도 있고,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었다”고 의미를 찾았다. 그 중 찬휘에 관해서는 “바보 온달이 떠올랐다. 아픈 서사가 있는데 사람들 눈에는 티 내지 않으려 하고 되레 밝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처럼 찬휘도 마냥 어둡게 만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애써 밝아 보이려 노력하고자 했다”고 애정을 담아 인물을 바라봤다. 

 

반년 가까이 오찬휘로 살아가면서 인물의 텐션이 실제 삶에 녹아들었다. 예전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었다면, 이젠 불편함이 사라졌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추임새와 혼잣말을 내뱉고 놀랄 때가 많아졌다. “예전엔 운동을 싫어했다”고 고백했지만, 촬영 후에도 운동은 놓지 않았다. 오찬휘를 만나 많은 변화를 마주했다. 

 

모델로 시작해 2021년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올해로 데뷔 4년 차가 된 그는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올해 ‘취하는 로맨스’를 만나 배우 백성철의 새 얼굴을 보여준 것처럼 2025년에도 더 좋은 작품, 멋진 역할로 대중을 만나길 바란다. 백성철은 “한 작품 한 작품 거듭하며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더 깊이 파고들려고 노력하고 캐릭터 분석도 더 열정적으로 하게 된다”며 “앞으로 더 깊이감 있고 진실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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