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양우석 감독의 웃음 코드, 기대 이상 타율인데? 영화 '대가족'

가볍게 시작해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성숙한 어른일까? 영화를 보고 떠오른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도 힐링 그 자체. 올겨울 유일한 가족 코미디 ‘대가족’이다.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무옥은 남다른 근면 성실과 절약 정신으로 수백억대 자산가가 됐다. 만둣국 맛집으로 소문나 온종일 손님으로 북적북적하다. 매출 잘 나오는 가게 평만옥의 사장, 오래 손발을 맞춰온 직원들, 축적한 재산까지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무옥의 삶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내와는 사별했고, 아들은 승려로 출가했다. 이북 출신인 그는 고집 센 성격 탓에 일생이 외롭고 고되다. 여기에 자신의 대가 끊길 것을 생각하니 죽어서 조상님 볼 낯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평만옥에 문석이 자신의 생물학적 아빠라는 민국(김시우)과 민선(윤채나) 남매가 찾아온다. 문석은 의대생 시절 정자 기증을 했던 것이 떠오른다. 무옥은 그동안 답답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출가한 아들? 괜찮다. 무옥은 이제 손주들만 있으면 된다. 보육원에 있는 민국·민선을 데려오기 위해 친자 확인 검사를 의뢰한 무옥은 바람대로 손주들과 행복한 노후를 만들 수 있을까. 

 

영화는 ‘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멀리서 보면 가족 소동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각 인물의 성장기다. 타인과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감정 표현에 인색했던 무옥이 가족을 지키는 성장, 원망하던 아버지를 이해하고 본인을 돌아보는 문석, 헤어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민국·민선이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관객은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스크린 속 꽉 찬 만두처럼 실하다. 김윤석은 고집불통 무옥이 아이들로 인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특히 대가족은 양 감독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가장 클로즈업이 많은 작품이다. 극 중 김윤석이 표현하는 무옥의 희로애락은 영화적 상상력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배우 김윤석의 새로운 표정, 그동안 보지 못한 얼굴이 쏟아지니 이것만으로도 티켓값이 안 아깝다. 

 

이 외에도 영화를 위해 삭발신도 불사한 이승기, 문석의 수행승 역할의 박수영, 무옥을 유일하게 말로 이길 수 있는 티격태격 콤비 김성령 등 영화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배우들의 열연이 볼 만하다.

 

김성령의 연기는 따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부터 아름다운 외형을 활용하는 캐릭터보다, 캐릭터 연구가 필요한 작품을 선택 중인데, 대환영이다. ‘로기완’에서 송중기 엄마 역할을 맡았을 때도 관객의 몰입을 순식간에 끌어올리더니, 이번 대가족에서 김윤석 못지 않은 열연으로 웃음을 책임진다. 양 감독의 웃음코드가 관객에게 제대로 통한 것은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내공이라는 무시무시함이 시너지를 낸 덕일 거다. 

 

‘친자가 아니여도 양육해라’ 마음의 소리가 절로 나오는 김시우, 윤채나도 영화의 핵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1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러닝타임 106분.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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