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스며든 창작물] 콘텐츠 산업에 닿은 신기술, 기획·개발 적극 활용

크래프톤 산하의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AI 추론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대표 이미지. 크래프톤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공존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상과 밀접한 핸드폰, 노트북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디지털 교과서에도 AI가 도입되고 있다. 통역이 필요하면 기기에 적용된 AI가 대신 번역해주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심박수, 수면 패턴 등을 체크해 건강도 관리할 수 있다. 공사장에선 인간이 닿지 않는 부분에서 도움을 준다.

 

초기 AI는 인간의 움직임이나 패턴 등을 프로그램이 흉내 낼 수 있는 정도였으나 머신러닝으로 변화하면서 특별한 규칙 없이도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형성하게 됐다. 뇌 신경망 구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계층적으로 분석해 월등한 추론 능력을 발휘한다. 이른바 딥러닝이다. 최근 기술은 생성형 AI다. 요구에 따라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도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9일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연평균 34.6% 성장해 2030년에는 1093억 달러(1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산업 분야에 연간 3조5000억~5조8000억 달러의 경제 성장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 AI 기술 시장도 성장세다. 2018년 1조원에서 2019년 1조5000억원으로 커진 국내 AI 시장 규모는 내년까지 연평균 38.4% 성장해 10조5000억원의 시장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한 게임, 웹툰, 미디어 등 콘텐츠 업계에도 AI가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논플레잉캐릭터(NPC)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게임 세계관을 학습하게 한 뒤 사용자와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게 만드는가 하면, 콘텐츠 작업물에 AI가 후반 디테일 작업을 추가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크래프톤이 지난해 6월 생성형 AI 기술에 특화된 게임 자회사 렐루게임즈를 설립하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게임 제작을 시작했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AI NPC가 적용된 첫 게임은 AI 추리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다. 

 

영화·방송 등 영상을 위주로 하는 미디어 업계도 적극적이다. 올해 초 방영된 MBC ‘PD가 사라졌다!’, KBS 2TV ‘싱크로유’ 등은 AI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로 관심을 받았다. PD가 사라졌다는 AI로 구현된 PD M파고가 출연자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제시, 싱크로유는 AI가 만들어낸 싱크로율 99% 무대와 진짜 아티스트를 구분해내는 추리쇼로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AI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의 풍성함을 더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여 제작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사람 한 명이 해야 할 일을 AI와 나눠 진행함으로써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PD가 사라졌다를 연출한 최민근 PD는 “AI PD는 인간 PD가 생각하지 못한 미션과 룰을 제시했으며, 현실적인 제약을 벗어나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성했다”며 “우리 지능 및 인식이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AI는 향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여겼다.

 

반옥숙 한국콘텐츠진흥위원 산업정책팀 책임연구원도 AI 기술 도입의 장점을 크게 생각했다. 그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비용, 인력, 시간 등 콘텐츠 산업 내 제작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업계 종사자들은 남는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의성을 발현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자리 감축과 저작권 침해 문제가 우려된다. AI는 적은 시간으로도 저연차 직원과 비슷한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다. 챗 GPT의 경우에도 키워드 몇 개만 넣으면 짧은 시간에 소설, 기사 등 글을 적어낸다. 머지않은 미래에 몇 가지의 직업은 사라질 수 있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AI 기본법 부재에 따른 저작권 문제도 고민해야 할 과제다. AI 서비스의 책임소재, 저작권 문제 등의 설정이 아직 없기 때문에 소송에 휘말릴 시 기준이 모호해 저작권 피해를 볼 수 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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