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가족’ 배현성, 그가 ‘슬픔’을 표현하는 방법 [스타★톡톡]

지난달 27일 종영한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현성. 어썸이엔티 제공.

‘경성스캔들2’에서 악한 얼굴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면, ‘조립식 가족’에서는 해사한 미소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극과 극을 오가는 얼굴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은 배우 배현성의 이야기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으로 우기며 10대 시절을 함께했던 세 남녀가 10년 만에 다시 만나 첫사랑의 떨림을 펼치는 내용의 청춘 로맨스를 그렸다. 각기 다른 사랑의 의미를 짚으며 진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새기게 했다.

 

첫 촬영을 시작한 지 1년을 꼬박 지나 종영을 맞았다. ‘조립식 가족’은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촬영이 끝나고 바로 합류한 작품이었다. 배현성은 각 작품 속 승조와 해준으로 전혀 다른 두 얼굴을 보여주며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빨리 갈아입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그가 해준이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의 첫 번째는 짧게 자른 머리였다.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학창시절을 보내기까지 세 사람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원작을 참고했다. 

 

해준의 설정을 위해 사투리와 농구를 미리 준비해야 했다. 극중 해준은 농구부에서도 가장 빼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이 모든 건 연습의 결과였다. 배현성은 “감사하게도 농구 대결 신을 학생 촬영의 마지막 부분으로 빼주셨다. 지난해 8월부터 4월까지 촬영이 없을 때마다 농구부 친구들이 다 같이 가서 배우고 계속 연습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말할 만큼 재미도 보람도 따라왔다.

 

전주 출신의 배현성에게 사투리도 배움의 연속이었다. 경주 배경에 맞게 경상도 출신의 연기 선생님을 만나 후시 녹음 때까지 수업을 병행했다. 녹음을 주고받으면서 억양을 익혔고, 그렇게 배현성만의 해준이가 만들어졌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현성. 어썸이엔티 제공.

겉으로 보기엔 밝고 웃음이 많지만, 속엔 큰 아픔을 가진 인물이었다. 겉으로 슬픔을 드러내기보다 더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야 더 안쓰럽고 슬프게 비칠 거라 해석한 결과였다. 밝은 모습은 더 밝게, 눈물을 흘릴 때면 더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데리러 온다’는 말만 남기고 떠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새로운 가족이었다. 다만 진짜 가족인 네 사람과의 사이에서 감출 수 없는 불안도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 미국행을 권하는 친부까지 어린 해준이 감당해야 할 몫은 너무 컸다. 배현성은 이러한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통장을 내미는 해준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마는 아빠 윤정재(최원영)와의 장면은 ‘조립식 가족’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10년의 세월이 지나 가족의 품에 돌아왔을 때도, 엄마의 진심을 알고 눈물 흘릴 때도 해준을 바라보면 짠한 감정이 올라왔다. 함께 촬영한 선배 최원영은 “슬픔의 강도를 조절하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건넸다고. 덕분에 눈물을 흘리지 않고 삼키며 해준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유독 감정신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대본을 볼 때마다 기대감이 앞섰다. 나와 상대의 감정이 부딪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하는 순간들이 힘이 됐다. 촬영이 끝나면 뿌듯함도 몰려왔다. 그는 “평소에 엉엉 울기 쉽지 않으니, 기대하고 준비했던 장면이 잘 마무리됐다는 생각에 행복함이 더 컸다”고 촬영 후기를 전했다. 

 

미국으로 떠난 시간 동안 가족에겐 내색할 수 없던 상황과 감정을 겪었다. 10년이 지나 돌아온 해준은 비슷한 듯 달라져 있었다. 인물의 변화를 묻자 그는 “학생 때 해준이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숨기고 숨기다 들키면 터지고, 애처럼 울기도 했다”면서 “성인이 되어서는 감정을 숨기기보다 들키면 터놓고 말하고, 울음도 줄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차이를 두려고 했다”고 비교했다.

 

수려한 외모에 수준급 운동 실력, 살가운 성격까지. 극 중 해준은 그 시절 연애소설에 등장할 법한 선배였다.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묻자 배현성은 부끄러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해준이랑 반대의 학생이었다”고 입을 뗀 그는 “지금도 말이 많지 않은 편인데, 학생 때는 더 없었다. 친한 친구 몇 명과 놀면서 더 내성적이고 축구할 땐 활발한,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데뷔 초엔 힘든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후배, 동료들과 어울려 연기하면서 얻는 재미와 배움이 더 커졌다. 함께 이야기 나누며 찾아가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배현성. 어썸이엔티 제공.

해준의 눈물만 보였던 건 아니다. 10년을 넘어 닿은 박달(서지혜)와의 로맨스는 ‘조립식 가족’의 빼놓을 수 없는 설렘 포인트였다. 그는 “달의 고백을 듣고 해준이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을 것 같다. 그 긴 시간동안 달이가 산하를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백을 들으면 고민의 시간이 있지 않았을까. 이 고백을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을 것 같다”고 해준의 마음을 대변했다. 

 

올 한 해 작품 속 극과 극의 캐릭터로 대중을 만났다. 장르물과 가족극을 모두 경험한 그에게 둘의 차이를 묻자 “장르물을 촬영할 때는 새롭다.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장면들이 많다 보니 재미를 많이 느꼈다. CG 촬영이나 액션 등 새로운 걸 경험하면서 배우로서 너무 재밌었다”고 했고 “내가 해준이와 같은 환경은 아니지만 가족애를 많이 느꼈다. 가족처럼 친한 사이에도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의미를 찾았다.

 

웃긴 장면은 웃음으로, 슬픈 장면은 눈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다면 가장 행복한 칭찬일 것 같다는 배현성. 칭찬에 유독 약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연기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귀여운 욕심을 내비쳤다.

 

돌아보면 행복한 한 해였다. 믿어준 많은 이들에게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활동하고자 한다. 슬픈 로맨스, 재난물, 사극과 액션 등 아직 해보고 싶은 장르도 무궁무진하다. 배현성은 “지난해 마지막 날 촬영을 끝나고 차 안에서 새해를 맞았다. 촬영하며 바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면서 “내년에도 더 열심히, 잘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찬 각오를 전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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