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談談한 만남]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꿈꾼다...조현준 핀크 대표의 확신

조현준 핀크 대표가 2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핀크는 하나금융그룹이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 설립한 핀테크 자회사다. 2016년 10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각 51%와 49%씩 출자해 세워졌다. 이후 2022년 7월 하나금융이 SK텔레콤 지분을 모두 인수해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가 됐다.

 

조현준 핀크 대표는 지난해 취임해 2년 동안 많은 것을 바꿔 나갔다. 적자 폭을 줄였고 사내 벤처 제도를 확립했다. 2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조 대표는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미래를 그렸다. 조 대표의 다짐처럼 핀크는 핀테크 업권에서 점차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도전이었던 선택

 

“오랫동안 은행에서 근무하다 보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직접 해보고 싶었다”고 회상하는 조 대표는 2019년 하나은행을 떠나 스타트업을 창업해 4년간 혁신 사업에 필요한 준비를 해오던 중 핀크 대표직을 제안받았다.

 

스타트업 CEO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에 자신감이 있었다. 조 대표는 “스타트업을 흑자로 전환한 내실경영 경험이 있었다. 또, CEO로서 결정권한이 있으니 장기간이 소요되는 과제도 추진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핀크의 장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해왔다. 스타트업에서 4년간 축적한 연구결과물을 활용하면 7~8년이 걸리는 일이라도 시간을 단축해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임기와 상관없이 혁신에 초점을 뒀다. 오로지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만 생각해 모든 리소스를 혁신에 집중하는 것이 조 대표의 방향성이었다.

 

◆2년간의 변화

 

지난해 1월 취임한 조 대표는 변화를 통해 핀크만의 정체성 확립에 힘썼다. 대표적인 것이 ‘사내벤처 제도’다. 그는 “임기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나의 구상이 착오일 수도 있기 때문에 과감하지 못했다. 구성원들과 얘기하면서 생각의 검증을 거쳤다. 그중에서 딱 하나를 시범적으로 한 것이 사내벤처 제도”라고 강조하면서 “선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만들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과 다르게 우리는 실제로 회사를 나가서 차려보고 싶은 것들을 핀크에서 할 수 있도록 한다. 대신 제안자가 최소 1% 이상은 자기 자본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대표는 “출자금의 10배를 스톡옵션으로 준다. 부작용도 있고, 도입할 때 어려움도 있었지만 핀크만의 사내벤처를 만들기 위해 추진했다.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면서 “반응은 괜찮다. 올해부터는 기존 사업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의 30% 정도가 하나 이상의 사내벤처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자기 사업을 하러 핀크에 나오는 사람이 30%다. 일하는 문화가 바뀌었다”고 자부했다.

 

직원들 투자는 핀크가 추진하는 사업의 기준이 된다. 자기 자본을 투자할 의사가 없는 사업은 사라지거나 축소한다. 이렇게 끌어모은 리소스를 투자 의사가 있는 사업에 재분배하면서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달라졌다. 핀크의 대표사업이었던 간편 송금이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사라지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리소스를 핀크가 추진 중인 9가지 사업에 재분배했다. 그중 하나는 하나금융의 신용과 인프라를 가지면 우리가 훨씬 잘할 수 있는 사업이다. 캐시카우가 될 가능성을 봤다. 나머지 8가지는 세상에 없는 사업이거나 하더라도 존재감이 없는 분야다. 레퍼런스도, 모범답안도 없어서 R&D부터 시작해야 한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사업에 뛰어들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이 세상에 없는 사업, 시장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핀크는 출범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는 적자 폭을 전년보다 절반 수준(69억6600만원)으로 줄였다. 조 대표는 빠르면 2026년, 적어도 2027년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

 

조 대표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는 손대지 않았다. 대신 캠페인, 마케팅 활동에 대해 따져봤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매출도 떨어졌지만 비용이 감소한 게 훨씬 컸다. 신규 사업은 사내벤처를 제외하고 중단했다. 그 덕에 감가상각이 대폭 줄었다”면서 “올해는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적자확대에 대해 지주의 우려가 있었는데 설득했다. 향후 먹거리에 대해 실험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전했다.

 

또, 그는 “20억원 범위에서 적자를 늘리겠다고 했다. R&D 투자가 늘고, 사업 몇 개에 대해 구조조정을 했다. 인원도 30% 감축하면서 고정비 구조가 개선됐다. 구조적으로는 괜찮아졌다. R&D 투자가 내년까지 끝나고, 도모하는 캐시카우 사업 검증이 된다면 빠르게는 2026년, 정상적으로는 2027년에는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조현준 핀크 대표가 2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핀크만의 색깔

 

핀크만의 8가지 서비스를 강조했던 조 대표의 뜻처럼, 신규 상품이 연이어 등장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리얼리 2.0’은 소비자들의 자산 형성과 재테크에 도움이 된다. 조 대표는 “리얼리 2.0과 함께 실시한 무소비 챌린지는 소비 패턴을 점검해 절약 습관을 형성하려는 니즈가 자산 형성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면서 “8월 20일에는 투자스타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투자스타 서비스는 타인의 자산을 보고 그들이 재테크를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다. 핀크의 검증을 통해 투자스타들을 모집하고, 이들이 하는 포트폴리오를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무료 정보 제공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불법으로 운영되는 주식 리딩방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진행하게 된 서비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용화 단계가 남았다.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주식투자를 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규제상 넘어야 하는 부분, 증권회사들과의 제휴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계약 서비스 ‘어그리’는 조 대표의 야심작이라고 불리는 ‘디지털 문서∙본인증명’과 연관된 서비스다. 조 대표는 ‘안전한 디지털 세상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는다. 그는 “어그리는 휴대폰 본인 확인을 대행하는 서비스다.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실험을 통해 학습할 수밖에 없다. 반응을 보면서 개발자, 기획자들 사이에 많은 학습이 이뤄졌다”면서 “예정대로라면 오는 19일 포겟이라는 또 다른 서비스의 베타버전이 공개된다. 포겟은 다른 7가지 서비스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상용화 버전을 가장 먼저 개발하려고 한다. 현재 시도하는 것들은 기존에 레퍼런스가 없는 새로운 서비스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실험을 통해서 답을 찾아간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어그리는 개인이나 소상공인이 상대방에 대해 비대면으로 신원 확인이 필요할 때 핀크가 이를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하는 것이 필수다. 개인도, 소상공인도 비대면으로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을 핀크가 열려고 한다.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핀크가 그 시장을 주도하려고 한다”고 바라봤다.

조현준 핀크 대표가 2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주도적으로

 

2년 동안 핀크의 사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주인의식을 가지는 직원들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조 대표는 “사내벤처 제도 도입으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여기에는 동기가 필요하다.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라이선스, 하나금융그룹의 인지도 등의 유입 요인을 제공해주고 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핀크의 도전은 계속된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조 대표의 뜻이기도 하다. 그는 “다수가 공감하는 사업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가는 길이 어렵더라도 다수가 공감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가능성을 찾는 게 목표다”면서 “각자의 방향성에 맞게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세상에 없거나 있더라도 존재감이 미미해 핀크가 하나금융의 인지도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을 겨냥한다. 그 시장이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핀크가 대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또, 디지털 세상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핀크의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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