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레전드’가 여자프로농구 새역사를 쓴다.
단 한 발자국 남았다. 1987년생 여자프로농구 현역 최고령 선수인 김정은(하나은행)의 눈 앞에 ‘역대 득점 1위’ 대기록이 다가왔다. 김정은은 8139점으로 역대 최다 득점 2위에 올라있다. 역대 최다 득점 1위 정선민(8140점)과 단 1점 차다. 하나은행은 2일 부천체육관에서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과의 3라운드 맞대결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김정은이 새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득점 1위 타이틀의 주인공인 선배 정선민 전 국가대표 감독도 응원을 보낸다. 정 전 감독은 “(김)정은이가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안다. 정말 멋진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거니 격한 축하를 보내주고 싶다”고 미소 지으며 “선수 생활 동안 할 수 있는 거 다해봤으면 좋겠다. 결국에 은퇴하고 선수 생활을 뒤돌아봤을 때 본인의 업적이 되는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농담도 남겼다. 정 전 감독은 “내 기록을 깨는 데에 너무 오래 걸린 것 아닌가 싶기도 한다. 하하. 내가 2014년에 은퇴했으니 딱 10년, 강산이 변할 때 정은이가 내 기록을 넘어서는 것 아닌가. 누군가 또 정은이를 목표로 달릴 수 있게 더 멋진 기록을 남겨주길 바란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다. ‘다사다난’은 김정은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구단 해체, 인수, 기록 무효, 부상, 이적, 친정팀 복귀까지 이 모든 것이 그의 커리어 안에 담겨있다. 지나간 과거는 추억이었다며 마음 깊숙이 남겨놓을 수 있지만, 아직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부상이다. 몸이 성한 곳이 없다. 무릎 연골은 아예 없으며 발목과 어깨 부상을 입은 이력도 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6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지난 시즌 초반, 경기 중 상대와 입이 강하게 충돌해 앞니가 안쪽으로 밀리고 치아가 부러졌다. 임플란트 수술이 필요해 한 달 정도 결정이 예상됐으나, 임시 치아를 고정하는 시술을 통해 빠르게 복귀했다. 최고참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니, 선수단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그 결과 하나은행은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득점 1위 경신은 눈앞이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다. 1만 득점 돌파와 하나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다. 2006년 신세계(하나은행 전신)에 입단한 김정은은 2017~2018시즌 우리은행에 이전해 챔프전 우승(2017~2018, 2022~2023시즌)을 두 차례나 달성했다. 이적 후 첫 우승 땐 최우수선수(MVP)에 꼽히기도 했다. 경험해봤기에 우승이 얼마나 값진 기록이라는 것을 안다. 이 기쁨을 어린 선수들이 누려봤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3승7패로 리그 5위에 처져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목표 달성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리빙 레전드는 오늘도 승리를 바라보며 정진한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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