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선 출마를 준비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29일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후보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여러 가지 절차가 남아 있어 정리가 되면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을 향해 “K리그 한 해 농사를 추수하는 날이다. 선수와 팀 위주로 보도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날 “정 회장이 4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공정위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심사를 받겠다는 뜻은 출마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정 회장은 4연임은 기정사실화됐다. 대항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축구협회장을 맡아 3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위기에 몰렸다. 협회는 위르겐 클리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난 2월 경질했고, 이어 5개월간 새 사령탑을 찾지 못해 임시 감독 체제로 월드컵 예선을 치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자진 사임하는 등 갖은 잡음 끝에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는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정 회장은 직접 국감장에 출석해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접 축구협회 감사에 나섰다. 이에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 문책(징계)·시정·주의 요구하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특히 정 회장에 관련해서는 ‘회장 등 관련자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면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부적정 등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또한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정 회장이 업무상 성실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해 문체부에 징계를 요청하는 조처를 의결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회장은 4선 도전을 선택했다. 오는 12월2일 공정위 심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협회에 후보자 등록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후보자 등록 의사는 임기 종료일인 2025년 1월21일의 50일 전까지 진행해야 한다.
한편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허 전 이사장도 이날 ‘정몽규 회장의 귀에는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공개하고,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허 전 감독은 “정몽규 회장은 국민들의 여망과 달리 정반대의 결정을 내리며 축구 팬들과 축구인들에게 큰 실망과 좌절을 안겼다”며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그 자체로 축구계의 큰 불행”이라고 힘줘 말했다.
축구협회 회장 선거운영위원회는 내달 12일 구성되며, 후보 등록은 같은 달 25일부터 사흘간 받는다. 선거는 2025년 1월8일 열리며, 새 회장 임기는 1월22일 정기총회부터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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