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익중 교수 “이혼 예능, 사회적 파장 생각해야…다툼보단 솔루션에” [이혼 권하는 사회]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방송가에서 이혼이 주요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일상에 맞닿아 있는 ‘가정’, ‘부부 관계’라는 부분을 건드리면서 보는이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는 곧 시청률로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SBS 드라마 ‘굿파트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에 따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 속에도 시청률 17.7%를 기록하며 지난 9월 막을 내렸고, 이혼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방송이 된 다음날이면 늘 가십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혼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늘어나고 관심을 받는 데에는 ‘다른 사람의 싸움을 보는 것이 재밌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혼 예능들이 솔루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살펴보면 솔루션보다는 서로 다투거나 갈등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모습들을 더 많이 보여준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영상을 보면서 ‘나한테 이런 솔루션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하는데, 솔루션보다는 이들 부부의 문제에 대해서 초점을 두고 있는 게 대부분”이라며 “그런 부정적인 모습들만 관찰하다 보면 심하게는 결혼에 대한 혐오나 육아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 결혼하지 않는 비혼 문화나 출산 저하 등에 어느 정도 일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이혼율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19년부터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9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할 만큼 이혼율이 높다. 정 교수는 “인구 1000명당 새로 이혼한 비율을 나타내는 조이혼율이 과거엔 0.5건 정도였다가 지금은 1.8건까지 늘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라져서다. 예전엔 가정에서 불화가 생겨도 참고 살았다면 이젠 여성도 경제력이 생기면서 참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오락을 넘어 시청률에 걸맞은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정 교수는 “부부간 다툼보다는 솔루션을 받고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노력하는지 그 과정들을 더 길게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줄지 그런 책임까지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청자들도 자극적인 모습만 가지고 이야깃거리로만 소비해선 안된다”고 짚었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혼이 개인의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둘 사이의 문제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라면 양육에 대한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대체로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것은 물론이고, 면접교섭(비양육친과 자식이 서로 면접과 교섭을 통해 접촉할 수 있는 권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되곤 한다”고 이혼을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는 견해를 전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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