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에 아이 등 터진다…상처는 왜 아이들의 몫인가[이혼 권하는 사회]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방송화면 캡처.

 최근 연예인 부부의 ‘이혼 중계’가 콘텐츠화되면서 대중의 피로감만큼이나 우려되는 건 자녀들이 감당해야 할 상처다.

 

 관찰 예능이 많아지면서 이르면 아이의 출생 과정부터 대중에게 공개된다. 육아 프로그램의 대표격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슈돌)’는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의 모습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더 특별하게 남길 수 있다는 점도 방송 출연의 이유가 된다.

 

 그러나 전적으로 부모의 결정 하에 출연이 이뤄지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어린아이들은 방송 출연 의사를 드러낼 수 없다. 신생아의 경우 더욱 그렇다. 화면으로 가족의 희로애락에 공감하며 ‘랜선 육아’를 함께하는 시청자는 출연진에 애정을 갖게 되고, 덩달아 아이들을 향한 관심도 높아진다. 자연히 대중에게 노출되는 빈도는 더 커져 대중의 관심 속에 성장하게 된다.

 

 가정 내에 언제나 화목함만이 존재할 수는 없다. 하차 후 부부간의 갈등이 일어나 이혼으로 치닫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방송 출연 중 가정불화가 알려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배려는 부족하다. 특히 무궁무진한 자료화면은 언제든 ‘끌올(끌어올리다)‘ 된다. 이들에게 잊힐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배우 이범수와 통역가 이윤진은 양육권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이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두 자녀 가운데 첫째 딸은 이윤진이, 둘째 아들은 이범수가 양육하고 있다. 2010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둔 두 사람은 2016년 슈돌에 출연해 아이들과의 일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윤진은 SNS를 통해 이범수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아들과 만나지 못한다며 호소해왔다.

배우 강경준(왼쪽)과 장신영.

 가까스로 갈등이 봉합됐지만 강경준과 장신영의 아이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장신영은 강경준과 재혼해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강경준의 아이까지 4인 가정을 이루고 있다. 2018년 결혼한 두 사람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재혼 과정을 밝혔고, 둘째 출산 후 슈돌에 합류했다. 그러나 올 초 강경준의 불륜 의혹이 일면서 배우 지망생이던 큰아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 남편 최민환의 사생활을 폭로하며 양육권자 변경 및 위자료 재산분할 청구를 위한 조정 신청을 접수한 율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혼 이후 양육권자인 아빠 최민환과 삼남매가 슈돌에 출연 중이었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방송에서 하차했다.

파경을 맞은 아나운서 박지윤(왼쪽)과 최동석.

 방송인 최동석과 박지윤의 진흙탕 폭로전에도 자녀들의 상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녀 학비 문제로 다투는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됐고, 두 사람은 상간 맞소송으로 구설에 올랐다. SNS를 통해 자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던 두 사람이 이혼 소송의 승기를 잡기 위해 서로의 사생활을 까발리는 모양새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의 정대세·명서현 부부는 ‘가상 이혼’을 두고 아이들까지 출연시켜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출연자와 가족들의 동의 및 아동의 심리 보호를 위한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 뒤에 촬영됐다”고 공지했지만 아이들이 과연 부모의 불화로 인한 공포를 감당하고, 그 모습이 드러나길 바랐을까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슈돌 제작진은 SNS에 공개된 관련 영상 하단에 ‘슈돌 가족 및 출연진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과 과도한 비방이 담긴 댓글은 출연자 보호 차원에서 삭제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간 온라인상에서 무책임한 비방이 있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제작진은 출연한 부부의 불화에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보기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혼 소송시 양육권이 주된 조율 사항이기에 부부의 이혼에 아이가 가지는 영향력도 크다. 때문에 부부의 다툼에 아이를 끼워 넣기도 한다. 심지어 이혼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녀들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불안을 방송 소재로 삼는다. 연예인 부모를 두었다 할지라도 그들의 자녀는 일반인이다. 어른들의 욕심이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보호장치 역시 필요하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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