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 이 정도야?…‘이혼’ 부추기는 방송들 [이혼 권하는 사회]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코미디언 박미선.

 코미디언 이경실, 박미선이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요샌 이혼해도 나갈 프로가 참 많더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살 걸 그랬어”라고 매운맛 토크로 유재석을 당황시킨 순간이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듣고 지나치기엔 뼈가 있는 발언이었다. 몇 년간 방송계는 결혼과 육아를 주제로 한 평범한 프로그램보다 이혼을 주제로 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2020년 ‘우리 이혼했어요’ 론칭 당시 시청자는 충격에 빠졌다. ‘이혼한 연예인, 셀럽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이혼 후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기획 의도에 실제 부부였던 이들이 출연을 결심했기 때문이다. 공개 이후 이영하·선우은숙, 최고기·유깻잎 등 출연진의 솔직한 대화와 행동으로 이혼에 대한 새 시각이 열린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자극적인 편집과 이로 인한 출연자들의 고통이 뒤따랐고 시즌2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방송화면.

 그 후 본격적으로 이혼 콘텐츠가 쏟아졌다. 길을 가다가도 싸움이 나면 쳐다보기 마련인데, 대놓고 펼쳐지는 남의 집 부부싸움은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다. 화제성으로 재미를 본 방송사는 ‘불화’를 키워드로 각종 예능을 만들었다.

 

 이혼 예능의 아이콘이 된 정대세 부부를 살펴보자.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은 스타 부부들이 가상 이혼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모습을 담아낸 이혼 관찰 리얼리티다. 정대세·명서현 부부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상 이혼을 마주하며 눈물을 흘렸다. 슬하에 두 아이를 둔 정대세는 친권과 양육권에 관해서 논의하며 다시 오열한다. 부부가 가상으로나마 이혼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하나둘 공개될 때마다 시청자는 명서현에 공감하고 동시에 남편과 시모를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가상 이혼 준비 과정을 통해 부부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점차 부부 갈등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이밖에도 탁월한 솔루션으로 ‘국민 멘토’가 된 오은영 박사의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은 2022년 시작해 100회차를 넘으며 자리 잡았다. 이혼 후 돌아온 싱글들의 일상을 녹인 ‘신발 벗고 돌싱포맨’은 탁재훈, 이상민, 임원희가 출연해 이들의 상황을 보다 가볍게 풀어낸다.

 두 프로그램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이혼 콘텐츠는 종합편성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더 엄격한 심의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매번 갈등만 존재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반면 종편은 주 시청층의 연령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타깃과 맞아 떨어진다는 장점까지 있다.

 

 극단적으로는 ‘이런 결혼 생활을 할 바엔 결혼하지 않겠다’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이해될 지경이다. 제작진이 처음 세운 기획 의도는 대부분 ‘부부 관계를 돌아보며 솔루션을 찾는다’지만, 시청률을 좇아가다 보면 예고편부터 더 자극적인 상황, 더 선정적인 키워드를 뽑아내곤 한다. 한 번쯤 이혼할 결심’뿐 아니라 ‘이혼숙려캠프’, ‘결혼과 이혼사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출연진들의 답답한 현실을 그린 ‘고딩엄빠’ 등 이슈가 되는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이혼과 연관된다.

 

 물론 악영향만 있는 건 아니다. 2021년 방송한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는 다양한 이유로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된 이들이 모임을 결성해 각종 육아 팁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현재 방영 중인 ‘솔로라서’에는 두 차례 이혼 경험이 있는 배우 채림이 출연해 홀로 아들을 양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규편성 이후 화제의 중심에 선 ‘이제 혼자다’ 역시 한편으론 같은 상황에 놓인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다음 달 2일 론칭하는 SBS LIFE의 첫 오리지널 프로그램 ‘원탁의 변호사들’은 이혼 전문 변호사들과 함께 이혼사건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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