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닮은 딸, 챔피언 DNA를 물려받았다.
한국 여자탁구 주니어(U-19) 대표팀이 25일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열린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유예린(화성도시공사), 박가현(대한항공), 최나현, 김태민(이상 호수돈여고) 넷을 앞세워 홍콩, 중국, 대만 등 난적들을 차례대로 돌파했다. 2003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출범 이후 한국이 단체전 정상에 오른 건 남녀부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 멤버 넷 가운데 3명이 ‘탁구인 2세’다. 먼저 박가현은 박경수 한남대 감독의 딸이며, 최나현은 최주성 대전동산중 감독의 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이름은 단연 유예린이다. 바로 유남규 한국거래소 탁구단 감독의 외동딸이기에 그렇다.
유 감독은 올림픽 탁구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해 남자단식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경력이 즐비하다. 아시안게임서 수확한 금메달만 3개다. 또 1989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는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그가 ‘탁구영웅’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유예린은 2008년생으로 전도유망한 기대주다. 어린 나이부터 ‘탁구 신동’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2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 컨텐더 15세 이하(U-1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일본의 아오키 사치를 이기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불과 13세에 경험한 국제대회 첫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대만과의 결승 첫 단식에서 패하는 등 아쉬움이 있었지만,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탁구가 국기(國技)인 중국에 맞서 홀로 2승을 챙긴 준결승이 대표적이다. ‘최강’을 꺾는 데 독보적인 지분을 챙겼다.
이날 유예린은 1단식에서 친위시안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윽고 스코어 2대 2 상황, 일촉즉발의 위기가 대표팀을 맴돌았다. 영웅으로 우뚝 선 이가 유예린이었다. 마지막 5단식 소방수로 나서 종게만마저 잡아내면서 한국의 결승행을 견인했다. 이어진 결승에서는 동료들이 힘을 내면서 대만을 물리쳤다.
무엇보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부녀 챔피언’ 쾌거를 일궈낸 유예린이 훗날 한국 탁구의 새로운 전설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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