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하하와 걸그룹 오마이걸 효정이 KBS 라디오를 이끌 새로운 인물로 발탁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청취율이 줄어든 라디오의 입지를 끌어올릴지 관심이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실에서는 KBS 쿨FM(수도권 주파수 FM 89.1MHz) ‘하하의 슈퍼라디오’, ‘오마이걸 효정의 볼륨을 높여요’의 합동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먼저 김병진 라디오 센터장이 두 사람의 DJ 데뷔를 축하했다. 김 센터장은 “2시는 축구로 말하면 미드필더가 맡는 프로그램이다. 하하씨가 손흥민의 역할로 라디오를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 8시에 하는 볼륨을 높여요는 KBS가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전통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름도 안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며 “두 분께서 청취율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 쿨FM을 이끌고 있는 김홍범 CP도 이번 섭외가 ‘화룡점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동안 쿨FM이 좋은 성과를 거둬왔지만 허리가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목표한 건 ‘허리를 건강하게 하자’였다. 새로운 허리로 바꾸자는 마음에서 두 분을 섭외했다”며 “하하씨가 섭외됐을 때 드디어 채널이 완성된 것을 느꼈고, 효정씨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진행해 줄 거라 생각했다. 완벽한 개편”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하하는 ‘뮤직쇼’ 후속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음악 예능인 슈퍼라디오를 통해 매일 오후 2시 청취자들과 에너지 충전에 나선다. 2005년 SBS ‘텐텐클럽’ 이후 16년만 라디오 복귀다.
하하는 “텐텐클럽 당시에는 라디오 경쟁이 상당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소리를 엄청 질렀다. 그때는 폐기로 했다면 이제는 격조 있게 하려고 한다. 열정은 그대로지만 조금 더 성숙한 DJ가 되겠다”며 “아이가 셋인데, 육아하시는 선생님들께 2시라는 시간대가 얼마나 귀중한지 알고 있다. 부모로서, 동료로서 또 전우로서 함께 공감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DJ가 되는 게 목표”라고 소감을 전했다.
‘무한도전’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박명수가 같은 방송국에서 오전 11시 ‘박명수의 라디오쇼’를 진행하고 있고, 친분이 있는 컬투가 SBS에서 동시간대 ‘두시탈출 컬투쇼’를 진행하고 있어 그들과도 선의의 청취율 경쟁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하하는 “슈퍼라디오 합류를 확정하기 전에 명수형을 만났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물어보니 하지 말라고 하더라. 더 오기가 생겨서 합류하게 됐다. 광고 반절 정도를 뺏어올 생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컬투 형님들과도 경쟁을 하게 됐는데, 사실 경쟁보단 라디오를 들으면서 자라났던 세대인 만큼 라디오 황금기, 영광의 시대를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 서로 으쌰으쌰해서 라디오 자체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며 “상권이 어느 가게 하나가 잘 돼서 그 골목이 형성되는 게 아니라 모든 가게들이 다 잘 돼야 상권이 형성된다. 라디오 격전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인싸인만큼 라디오에는 다채로운 인맥이 동원될 예정이다. 첫 주에는 ‘런닝맨’ 식구인 지석진, 양세찬, 지예은 등이 스타트를 끊고, 이후로도 다양한 친분이 라디오를 찾을 전망이다. 하하는 “딸 송이가 노래를 잘하는데 한번 왔으면 좋겠고, 어느 정도 빌드업 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면 유재석 형님을 모시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효정은 청하의 뒤를 이어 매일 오후 8시 볼륨을 높여요로 기분 좋은 저녁을 선사한다. 볼륨을 높여요는 1995년 시작한 KBS 라디오 대표 브랜드로 이본, 메이비, 최강희, 유인나, 강한나 등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스타 DJ를 배출해 왔다. 그 뒤를 효정이 이어간다. 효정은 KBS 2TV ‘신상출시 편스토랑’을 포함해 여러 예능 MC를 맡기도 라디오 DJ로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PD는 효정의 섭외 배경에 대해 “다양한 연령대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돌로서 10~20대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물론, 예능 출연과 프로그램 MC 경력으로 40~50대 연령층에서도 좋아한다”며 “또 첫 미팅 때 효정씨의 맑은 눈에서 광기가 나오는 걸 봤다. '순수한 열정'으로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효정도 처음 라디오 DJ를 맡은 것에 대해 기대를 드러냈다. 효정은 “데뷔 10년 차에 맡게 됐는데, 여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얘기, 듣고 싶은 얘기도 많다. 30대에 2막을 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청취자분들과 쌓아갈 추억이 기대된다”며 “내치지 않을 때까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로는 단짝 친구들인 94즈를 꼽았다. 효정은 “러블리즈 이미주, 카라 허영지, 레드벨벳 슬기랑 넷이 자주 모이는데, 한 번쯤은 와서 빛내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