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새 주장 양의지의 절치부심 “가을무대 부진, 가슴으로 울었다”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팬 행사 ‘2024 곰들의 모임’에 참석한 두산 주장 양의지가 취재진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종원 기자

곰 군단 ‘맏형’이 2025시즌부터 주장으로서 전면에 나선다.

 

프로야구 두산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팬 행사 ‘2024 곰들의 모임’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팀의 새 주장으로 안방마님 양의지를 낙점한 것. 이승엽 두산 감독의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양의지를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날 양의지는 “올 한 해 (양)석환이가 정말 잘해줬는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께서 나를 주장으로 임명하셨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주장을 맡고 나니 ‘내년에는 뭔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친정 두산에 돌아온 뒤 지난 2년 포스트시즌(PS)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특히 올 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KT 상대로 두 경기(0-4, 0-1)를 무기력하게 내주면서 가을 무대에서 조기 탈락했다.

 

주전 포수 양의지의 공백이 뼈아팠다. 쇄골 통증에 발목이 잡혔다. 타석 소화 없이 1차전 8회 대수비 출전에만 그친 배경이다.

 

이때를 떠올린 양의지는 “벤치에서 그냥 보고 있는데 가슴 속으로 눈물이 나더라”며 “무엇보다, 팀에 너무 미안했다. 이제는 내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준비를 해야 한다. 내년에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전했다.

 

또한 부상에 대한 절치부심도 드러냈다. 정규리그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고 76경기(74선발)에만 출전하는 등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 잔부상에 많이 시달리면서 너무 많이 못 나왔다”는 양의지는 “화가 너무 난다. 내가 준비했던 게 ‘이것밖에 안 됐나’ ‘잘못 준비했구나’ 싶었다. 건강한 시즌이 있다면 아픈 시즌도 있겠지만, 다 털어버리고 내년에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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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속팀 NC에서는 주장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고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소 의외의 사실, 그도 그럴 게 2006년 데뷔 후 프로에서 19년째 활약하고 있다. 그중 두산에서만 15시즌을 보냈다.

 

이를 두고 양의지는 “사실 예전에 주장을 맡아볼 기회가 있긴 했지만, 당시 사령탑이셨던 김태형 감독님께서 극구 말리셨다. 그때 내 나이도 어렸고, 포수 포지션에서 신경 쓸 게 많기도 하니 배려해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은 마치 화살처럼 흘러갔다. 양의지가 어느덧 두산 선수단 내 최고령 위치다. 황금기를 함께했던 멤버도 하나둘 떠났다. 내년 시즌부터는 김재호(은퇴), 허경민(KT)의 공백을 메꿔야 하는 상황이다. 스토브리그 트레이드 보강을 통해 외야수 김민석·추재현, 투수 최우인 등 신입생들이 합류한 것 역시 큰 변화라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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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어깨도 덩달아 무겁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기 마련”이라면서 담담한 목소리를 낸 양의지는 “새로운 얼굴들이 빈자리를 잘 메워줄 거라고 믿는다.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선배로서 ‘제2의 김재호·허경민’가 나올 수 있도록 많이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우리 팀 그라운드 위에서 한마음으로 ‘원팀’이 되려면 주장인 내 역할이 중요하다. 경험도 있고, 잘할 자신이 충분히 있다. 어린 친구들이 100%, 120%, 200% 실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잠실=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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