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절경 대둔산서 BTS 성지까지…취향대로 즐기는 완주

금강구름다리서 산세 한눈에
아원고택 등 방탄 촬영지 인기
문화예술촌·책마을 문화공간
다양한 볼거리에 젊은층 핫플

코끝이 차가워지는 요즘, 따뜻한 감성이 생각난다면 ‘전북 완주’로 떠나보자. 전주에서 차로 20~30분이면 도착하는 도시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지역이지만, 최근 이곳을 찾는 젊은 여행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문화, 자연, 심지어 K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취향에 맞는 완주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떠오른 삼례문화예술촌.

◆감성 충족하는 완주 ‘문화여행’


▲양곡 창고가 문화공간으로… 삼례문화예술촌

감성충전에는 복합문화공간만 한 게 없다. 완주의 대표 문화공간으로 ‘삼례문화예술촌’을 들 수 있다.

만경강 상류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 창고를 개조해 탄생했다. 1920년대 지어진 건물 양식과 흔적이 보존돼 있어 예술촌 내부 건축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수탈의 상징이었던 양곡 창고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며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과거 ‘삼례 양곡 창고’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가 1926년 설립한 이엽사농장 창고로 추정된다. 완주지방의 식민 농업 회사인 전북농장, 조선농장, 공축농원과 함께 수탈의 전위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례 양곡 창고는 1920년대 신축돼 2010년까지 양곡 창고로 사용되다가 저장기술 발달 등 환경 변화로 기능을 잃게 됐다. 이후 2013년 문화?예술을 담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했고, 다시 5년 뒤인 2018년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개관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양식창고가 지식창고로… 삼례책마을

삼례책마을 역시 삼례문화예술촌처럼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사이에 지어진 양곡 창고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2016년 문을 연 삼례책마을은 책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과거의 양식창고가 현재의 지식창고로 이어지는 셈이다.

고서점과 헌책방, 북카페로 이뤄진 ‘북 하우스’와 ‘한국학아카이브’, 전시와 강연시설을 갖춘 ‘북 갤러리’ 등 세 동의 건물로 구성됐다. 고서와 기록, 수집에 관심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 같은 여행지다. 삼례역에서 도보로 가까워서 젊은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현재 삼례책마을 책박물관에서는 ‘전설의 DJ 김광한 팝송전’이 열리고 있다. 1980년대 최고의 라디오방송 인기 DJ 김광한을 추억하는 특별한 전시회다. 이번 전시에는 1960~1990년대까지의 음반 8000여장과 유명 가수 사진, 인터뷰 녹음테이프, 방송원고 등 2만여 점이 전시된다. 김광한의 방송 육성 녹음 파일을 다시 들을 수 있는 추억의 ‘골든팝스’도 상영한다.전시는 2025년 4월 14일까지.

완주 대둔산에 가을이 찾아왔다. 지엔씨이십일 제공

◆트래킹부터 휴식까지 ‘자연 명소’

▲호남의 금강산 ‘대둔산’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대둔산은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특히 울긋불긋 단풍이 드는 가을의 대둔산은 절경 그 자체다. 곳곳에 드러난 화강암 암반이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고, 빼곡한 숲이 울창해 예로부터 ‘호남의 금강산’으로 불렸다.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특히 정상 부근의 금강구름다리는 대둔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놓쳐서는 안 되는 명소다.

트래킹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도전해볼 만하다.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평소 등산을 즐긴다면 암벽등반에도 도전해보자. 천등산 하늘벽, 신선암벽, 옥계동 양지바위에서는 대둔산 관리사무소를 통한 사전 신청을 통해 암벽등반이 가능하다.

▲비구니들만의 도량 ‘위봉사’

위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위봉사는 소양면 대흥리 위봉산 마루턱, 위봉산성 안에 자리하고 있다. 비구니들만의 도량인 위봉사는 절제의 미학이 엿보인다. 사찰 내부 건축물의 배치나 공간 구성 어디에도 과장이나 허세가 보이지 않는다. 팔작지붕으로 유명한 보광명전 지붕의 용마루와 위봉산의 부드럽고 완만한 능선 자락의 조화가 절묘하다.

‘추출산위봉사’라고 적힌 일주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위봉사 경내로 들어선다. 깊은 산 속의 사찰인데도 마당이 평탄하고 널찍하다. 대웅전 용마리에는 청기와가 고색창연하게 박혀있다. 보광명전 앞에 서 있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고찰의 품격을 말해준다.

▲완산 8경 위봉폭포

위봉산성 동문 쪽의 위봉폭포는 높이 60m의 2단 폭포다. 이는 예부터 완산 8경에 드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도로에서 폭포 아래까지는 목재 계단 산책로로 연결돼 있어 쉽게 폭포에 다가갈 수 있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숲,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위봉폭포는 비 온 뒤 물이 많을 때 더욱 좋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판소리 8대 명창으로 정조와 순조 때 활약한 권삼득 선생이 수련하며 득음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아원고택을 찾은 BTS 멤버들. BTS SNS

◆전국 아미 다 모여… BTS 성지

완주가 여행지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K-팝 스타인 보이그룹 ‘BTS’ 덕분이다. BTS는 2019년 서머 패키지 촬영을 위해 5일간 오성한옥마을 아원고택을 통째로 빌렸다. 자연스럽게 ‘아미(팬덤명) 성지’가 됐다. 해외 관광객들을 완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아원고택·오성제… BTS가 들른 오성한옥마을 명소

오성한옥마을은 주변에 종남산, 서방산, 위봉산 등 울창한 산림과 맑은 계곡, 호수가 있는 자연생태경관이 수려한 마을이다. 높고 낮은 지형의 형태에 맞춰 지어진 전통한옥들과 토석담장, 골목길 등이 고즈넉한 옛 정취와 정겨움을 더해준다. 50가구 중 23채가 한옥과 고택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 아원고택은 단아한 한옥의 정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아원(我院)은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의 미를 알리기 위한 BTS의 화보 촬영지로도 선택받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실제 어디서 봐도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고택은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만휴당과 안채, 사랑채, 별채로 구성됐다. 안채와 사랑채는 진주의 250년 고택과 정읍의 150년 고택을 옮겨 지었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살리고 서까래와 기와만 교체했다. 1층의 현대식 갤러리도 눈길을 끈다.

오성한옥마을 안에는 나무들을 그대로 비추는 저수지 오성제가 있다. 저수지를 따라 걷기 좋은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이곳에도 BTS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포토존 ‘나홀로나무’가 맞아준다.

새로운 포토존으로 떠오른 완주 위봉산성.

▲‘영화에 나올법한 곳’… 정국이 언급한 위봉산성

1675년 97년에 걸쳐 완성된 위봉산성은 완주 9경 중 하나로 꼽힌다. BTS 멤버 정국은 위봉산성을 두고 ‘영화에 나올법한 곳’이라고 감탄한 바 있다.

산성은 최초에 폭 3m, 높이 4~5m, 16㎞ 둘레로 만들어졌다. 당시 3곳의 성문과 8개의 암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부 성벽과 전주로 통하는 서문만 남아 있다. 이 역시 문 위에 있던 3칸의 문루는 붕괴하여 사라지고 높이 3m, 폭 3m의 아치형 석문만 현존한다. 성문을 달았던 흔적과 돌을 쌓은 석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홍예문이 메인 포토존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