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아요. 저 자신에게 실망스럽습니다.”
3년 만의 태극마크, 그렇기에 더 높은 기준이 있었을까.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 선수 이현중(일라와라)의 표정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21일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 인도네시아전 86-78 승리 직후 취재진 인터뷰에서 자책과 함께 각오를 다졌다.
이날 이현중으로 스타팅으로 나와 29분51초를 뛰어 12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0분41초를 소화한 맏형 이승현(KCC)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 더해 더블더블 활약을 펼쳤지만, 마냥 웃지 못한 건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팀적인 측면을 떠나 이현중 역시 떨어진 슛 감각에 난조를 겪었다.
특히 전매특허인 3점 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인도네시아전에서만 성공률이 9.1%로 11차례 던진 가운데 단 한 번을 성공했다. 이날 3점은 대표팀의 고민이기도 했다. 전체로 봐도 성공률이 24.3%(9/37)에 그쳤다. 이현중은 “팀 전체적으로 슛이 안 들어왔는데, 내가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 듯싶어 마음이 무겁다”며 “슛을 쏠 때는 자신 있게, 또 과감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켜봐 주신 팬들, 그리고 팀원들과 안준호 대표팀 감독님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흔들리는 대표팀을 붙잡은 건 ‘두목호랑이’ 이승현이었다. 이현중은 “(이)승현이 형이 팀의 중심을 잘 잡아주셨다”면서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승현이 형의 미드레인지 점퍼가 나왔고, 또 리바운드로 팀원들에게 세컨 찬스를 확보해 주면서 흐름을 풀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숨 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16일 2024~2025 호주프로농구(NBL) 정규리그 9라운드 호주 시드니 윈 엔터테인먼트 센터에서 열린 시드니 킹스전(16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을 소화한 뒤 곧바로 귀국해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다. 그럼에도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고 거듭 말한 이현중은 “상대 선수들도 비행기를 타고 오지 않았나. 내 잘못이고, 내 경기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준비를 더 했어야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그는 한동안 코트에 남아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포지션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종규(DB), 하윤기(KT) 등 장신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표팀의 제공권이 약해졌다. 자연스럽게 이현중의 활용 폭이 넓어졌다. 대표팀 사령탑인 안 감독은 이현중의 포지션을 두고 상황에 따라 2번(슈팅가드), 3번(스몰포워드), 4번(파워포워드)을 오갈 것이라고 했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 선수 본인은 “소집기간이 짧은 것도 있고, 다들 확실한 역할 분담이 안 된 게 있다”며 “4번 역할은 아직 익숙지 않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주문하셨고 또 팀이 필요로 한다면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선은 다음 경기로 향한다. 인도네시아전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다. 다만, 쉽지는 않다. 대표팀은 이틀 휴식 뒤 ‘난적’을 만난다. 24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호주 상대로 아시아컵 예선을 치른다.
호주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현중은 누구보다 잘 아는 상대와 조우하게 됐다. 호주 선수들을 향해 “피지컬만 좋은 게 아니라, 스킬도 정말 좋다”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은 까닭이다. FIBA 남자 세계 랭킹 7위에 맞서는 가운데 한국(53위)이 언더독 입장에 놓였다.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이현중은 “(인도네시아전이) 우리의 최고 경기력은 아니다. 다른 동료들은 정말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나만 멘탈을 다잡고 잘하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고양=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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