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연 부담 극복한 신예은 “옛날엔 모든 순간을 사랑받으려 해…성장하고 있단걸 몰랐죠”

신예은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빌딩에서 tvN ‘정년이’ 종영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앤피오엔터테인먼트

 

웹드라마 ‘에이틴’ 도하나 역으로 단숨에 주연 배우로 우뚝 선 신예은. 갓 데뷔한 이에게 주연 배우의 무게감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더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연기를 할수록 단단해졌다. ‘정년이’가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지만 그럼에도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결과를 떠나서 자신은 계속 성장하는 배우라는 걸 이제는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예은은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빌딩에서 tvN ‘정년이’ 종영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예은은 극 중 윤정년(김태리)의 라이벌 허영서로 분해 극을 이끌었다. 타이틀롤 정년이의 실제 뮤즈였던 김태리가 방영 전부터 주목 받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허영서의 존재감이 만만치 않았다.

 

초반엔 그저 주인공의 악역이자 라이벌 역할인줄만 알았던 허영서는 극이 진행될수록 마음을 고쳐먹고 정년이와 듬직한 경쟁과 연대를 이루는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그만큼 연기력이 세심하게 뒷받침돼야 허영서의 언행은 물론 작품 자체가 시청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작품이 끝난 후 시청자들이 신예은의 연기에 감탄한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신예은이 아닌 허영서는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신예은 또한 ‘정년이’가 남다르다. 그는 “연기적으로 제가 해볼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도 맡아보고 스스로도 제가 ‘다양한 인물들을 해낼 수 있는 배우구나’ 알게 되는 기회였다. 영서가 그랬듯 저도 저를 더 사랑하고 본업을 더 사랑하게 됐다. 용기를 얻게 된 시간들”이라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허영서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묻자 신예은은 “보여지는 이미지보다 영서가 가진 상황들과 마음, 사건에 중점을 두고 임했다”고 답했다. 그는 “엄마와의 관계성, 정년이를 만나면서 변화되는 성장 과정, 영서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초점을 둬서 이 아이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이걸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끔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들이 어렵거나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왜냐면 어떻게 보면 누구나 다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한 인물이잖아요. 누구든 다 성공하고 싶고, 1등 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니까요.”

 

극 중에서 신예은은 허영서로서 연기에 임하면서도 극 무대에 올라간 캐릭터로서도 연기를 해야 했다. 연기를 하면서 또 다른 연기를 해내야 했던 셈이다. 신예은은 “깊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제 자신에게 목표를 뒀던 걸 단순하게 생각했다. 배우 신예은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보여드리자. 이게 제일 단순한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깊게 들어가서 허영서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들어갔을 때는 디테일하게 들어갔다. 그럴 때는 조금 절제를 했다”며 “이몽룡 하면 누구나 생각하는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영서는 그렇게 연기할 것 같았다. 정년이가 연기할 때는 ‘이몽룡이 저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 연기했다면 영서는 ‘이몽룡은 저래야지’”라고 덧붙였다. 

 

또한 “‘바보와 공주’ 할 때는 “영서 쟤도 조금 내려놓을 줄 아는 애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쌍탑전설’에서는 ‘신예은이 허영서에게 공감했듯이 영서도 대본을 받았을 때 달비에게 공감을 했겠구나. 그러면 영서가 달비에게 접근하는 데 편했겠다’ 이런 식으로 한 인물마다 목표를 정해서 접근을 했다”고 부연했다. 

 

허영서라는 인물은 그만큼 신예은에게 특별한 인물이다. “세상의 모든 허영서를 응원한다”고 입버릇이 되어버린 그녀다. 신예은은 “세상의 모든 허영서라는 말은 많은 의미가 있다. 많은 대상”이라고 고민하듯 말했다.

 

“매번 비교를 당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내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아니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목표치가 안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고요. 도대체 내가 이 직업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영서가 다 느껴봤을 경험이나 생각들인데 이 세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요? 영서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정년이와 역할을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냐는 물음에도 그는 “아니요. 허영서를 좋아합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처음 대본 봤을 때도 영서가 딱 제일 좋았던 것 같다. 노력하는 엘리트, 노력으로 만드는 실력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라고 고백했다. 

 

 

신예은도 과거 허영서와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는 “저는 저를 절대 칭찬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된 것 같다. 데뷔 전에는 스스로 칭찬을 잘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니 넌 더 잘할 수 있어. 넌 이것보다 더 잘해야 돼’ 이렇게 당근보다 채찍을 더 많이 주기도 했다. 누군가의 칭찬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이제 조금은 스스로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주고 칭찬할 부분은 칭찬해 준다. 배우로서도 아니고 그냥 사람으로서도 스스로를 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사랑해 주고 그렇게 바뀌었다”고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보였다. 

 

변화의 계기를 묻자 “신인 때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쉴 때 취미도 많이 만들면서 즐거움들을 많이 찾아나갔다. 영서를 보면서도 ‘쟤 너무 잘하는데 왜 본인만 모르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옥경이나 혜랑이를 보면서도 ‘저 삶이 남들에게는 되게 행복해 보여도 본인이 만족하지 않으면 그건 행복한 삶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다. 그런 순간들이 저에게 또 큰 교훈을 줘서 그게 참 복인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그 인물을 통해서 저도 성장하니까”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웹드라마 ‘에이틴’ 도하나 역으로 10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신예은. 헤어스타일이나 말투까지 10대의 워너비였고 단숨에 주목 받는 신인 배우로 눈도장을 찍었다.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게 된 그녀지만 이후 작품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오자 속상함을 드러낸 바도 있다. 그만큼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과 무게가 벅찼던 순간이다. 지금은 부담을 얼마나 내려놨을까.

 

 

신예은은 “옛날에는 어린 나이에 열심히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마음이 컸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근데 지금의 저는 사실 결과보다 과정“이라고 말을 꺼냈다. 아울러 “예전에 오은영 선생님이 아드님 어렸을 때 시험 망치고 와서 기분 안 좋을 때 ‘너가 나중에 기억에 남는 건 점수가 아니라 너가 열심히 했던 그 노력이 기억에 남는 거야’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제가 후회 없이 열심히 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결과가 아니더라도 저는 성장해있지 않을까? 그게 꼭 점수로 보이는 숫자가 아니어도 저는 성장을 하고 있다. 지금껏 그래왔고 전에도 그랬었다. 근데 (그때는) 그걸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이라고 단단해진 속내를 보였다.

 

안양예고와 성균관대 연기과 출신인 신예은은 촬영하면서 학창시절 생각도 많이 났다고. 그는 “엄청 생각났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힘들 때마다 ‘나 입시 중이야. 나 입시 중이라 힘든 거야’ 했다. 그럼 당연히 받아들여야 되니까 덜 힘들어지더라. 그래서 ‘나 입시하고 올게’ ‘나 오늘 학원 갔다 올게’ 이런 마음으로 하니까 덜 힘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맨날 단원들이랑 있으니까 예고로 돌아간 것 같았다. 힘든 것들도 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저는 그래도 입시가 좋았다”고 웃었다.

 

‘정년이’를 통해 팬들의 마음이 더 와닿기도 했다. 신예은은 “팬들이 남겨준 메시지를 보는데 팬들이 제가 연기를 하는 걸 보고 되게 뿌듯해하더라. ‘왜 내 일에 이렇게까지 뿌듯해할까’ 생각을 하다가 ‘내가 이들에게 그런 존재구나’라는 걸 느꼈다. 이 사람들의 자랑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이어 “어디 가서든 떳떳하고 자신 있게 ‘나 신예은 좋아한다’라고 (팬들이)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꼭 자랑스러운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는데 (그동안엔) 그러지 못했나?’ 했다. 더 열심히 해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신예은과 의외의 친분으로 꼽히는 배우 김도훈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물었다. SNS를 통해 김도훈과 종종 투샷을 자랑하던 신예은은 최근 김도훈의 인스타그램 댓글창에 티키타카 댓글을 남겨 ‘두 사람이 어떻게 친해진 것인가’ 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1998년생 동갑내기지만 학교나 작품에서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예은은 “제가 성균관대고 도훈이가 중앙대다. 제 친구가 중대를 다녔는데 도훈이랑 친했다. 친구랑 놀다가 도훈이도 같이 오고 그래서 셋이서 놀다가 친해졌다”고 웃으며 친분의 계기를 밝혔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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