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숙한 세일즈’ 이세희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주리, 나와 닮은 점”

배우 이세희가 ‘정숙한 세일즈’ 종영 후 아쉬운 소감을 전했다. 이주리 역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웠다는 이세희는 캐릭터에게 고맙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고를 예정이다.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주리야 고마워, 처음엔 부러웠지만 너로 인해 변한 게 많아.”

 

배우 이세희가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속 이주리 캐릭터를 떠나보내며 건넨 인사다.

 

19일 서울 청담동 소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세희는 한 달 전 제작발표회에서 본 모습보다 더 밝은 얼굴로 대화에 응했다.

 

이세희는 지난 17일 자체 최고 시청률(8.6%)를 찍고 종영한 정숙한 세일즈에서 미혼모이자 자신의 소신껏 살아가는 이주리 역을 맡아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이세희는 “종영이 아쉽지만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의미를 잘 담아낸 것 같아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방송을 친구들과 함께 봤는데, 희망차게 마무리된 것 같아 좋았다. 편견은 시대를 불문하고 있지 않나. 90년대는 더 심했고. 지금은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 다양한 상황에 여전히 편견이 존재한다”며 “마지막 ‘이렇게 날아서 넘어가면 되죠’라는 멘트가 있는데, 드라마가 그런 희망을 잘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숙한 세일즈’ 극 중 이주리로 분한 이세희 스틸컷. JTBC 제공 

드라마는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 한 시골마을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들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맞서 편견을 이겨내면서 세상에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이세희가 맡은 이주리 역시 그러한 의미를 전하는 캐릭터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지만 누가 뭐라든 더 잘 살아내려고 하는 인물이다. 이세희는 방판 언니들과의 우정, 아들 장동우(정민준 분)와의 모자 관계, 그리고 엄대근(김정진 분)과의 로맨스를 통해 주리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세희는 “아무리 연습을 하더라도 엄마라는 위치를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 부담은 됐다. 하지만 주리가 아들만 보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 그런 캐릭터가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며 “시대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거나 잘 모르는 요소들이 나오면 언니들이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줘 이해하며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성인용품이라는 소재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을 터. 하지만 이세희는 오히려 시대가 변한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세희는 “성인용품이 나쁜 게 아니다. 드라마를 하면서 오히려 유익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안방에서 다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돼 좋게 생각했다”며 “어떤 기사를 보니 성인용품 매출이 20~30% 올랐다고 하더라. 몰랐던 부분들을 얘기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 것 같아 좋았다”고 의미를 짚었다.

 

배우 이세희.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긍정적이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극 중 배역과 닮았다. 이세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좀 닮은 것 같다”면서 “사실 좀 부러웠다. 저 자신은 눈치를 잘 보는 편이고 소심한 성격인데, 주리는 당차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풍파를 다 겪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쌓여서 그런 성격이 나온 거지 않나. 주리를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신사와 아가씨(2022년)’, ‘진검승부(2022년)’ 이후 2년만의 복귀작에 이세희는 만족했다. 네티즌 사이에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세희는 “박단단(신사와 아가씨에서 맡은 역할)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좋았다. 이전 캐릭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다른 인물이 되고 싶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 기쁘다”며 “2년간 나를 보살피고 쉰 것이 도움이 됐다. 캐릭터 설정을 확고히 세우려면 자기 확신이 중요한데, 쉬는 동안 나에게 집중하고 연기 스터디와 다양한 작품을 보며 캐릭터를 연구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열어두고 차기작을 고민할 예정이다. 그는 “김소연 언니가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을 연기하는 걸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다. 악역, 빌런을 맡아보고 싶다. 사극도 도전해보고 싶다”며 “정숙한 세일즈 시즌2도 좋다. 1995년도 이후부터 옷 스타일이라든지 시대가 많이 변한 것 같더라. 또 이번엔 지방을 배경으로 했으니 서울 상경이나 해외로 나가는 모습을 담아보면 어떨까 재미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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