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신진서까지 무너졌다… 韓 바둑, 삼성화재배 아쉬운 퇴장

신진서 9단이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 출전해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다시 한번, 중국의 판이 돼버렸다.

 

‘한국 바둑 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딩하오 9단(중국)과의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8강에서 187수 만에 불계패를 당해 탈락하고 말았다.

 

중반까지 주도권을 주고 받는 접전 양상이었다. 하지만 대국 종반 중앙 전투에서 딩하오의 노림수에 대마가 몰살 당하며 승부가 기울었다. 결국 반전 없이 석패로 마침표를 찍고 말았다.

 

신 9단의 여정은 첫 걸음인 32강부터 만만치 않았다. 일찌감치 까다로운 상대로 꼽았던 중국의 신성 왕싱하오 9단을 만난 것. 다음해 2월 열릴 제1회 난양배 결승의 미리보기였던 이 대국에서 접전 끝에 웃었다. 16강에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커제 9단을 마주쳐 고전했지만, 막판 뒤집기로 짜릿한 반집승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 9단의 어깨는 무거웠다. 8강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선수라는 짐을 안았기 때문. 32강부터 랭킹 2위 박정환 9단, 3위 변상일 9단이 중국에 덜미를 잡힌 게 컸다. 첫 관문을 돌파하며 분전했던 ‘우먼 파워’ 최정 9단과 김은지 9단도 안정기 8단, 신민준 9단과 함께 16강에서 도전을 마쳤다.

 

신진서 9단(왼쪽)이 딩하오 9단(중국)과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8강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신 9단은 그렇게 한국의 유일한 자존심으로 남았다. 하지만 대진운이 또 따르지 않았다. 8강에서 만난 딩하오는 지난해 우승자인 ‘디펜딩 챔피언’ 출신이다. 물론 상대전적에서 신 9단이 최근 5연승 포함 9승3패로 크게 앞서던 상대였지만, 끝내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목표로 했던 삼성화재배 2번째 우승도 불발됐다. 이 대회에 2013년부터 발을 들인 신 9단은 2022년 마수걸이 우승에 성공했다. 당시 결승에서 펼쳐진 한국 내전에서 최정 9단을 잡고 트로피를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8강에서 셰얼하오 9단(중국)에 패하면서 기세를 잇지 못했고, 설욕을 다짐한 올해도 8강에서 물러나며 고개를 떨궜다.

 

삼성화재배 최다 우승(14회)에 빛나는 한국 바둑의 자존심도 다시 금이 갔다. 박정환 9단이 4강에 닿았던 지난 대회보다 성적이 저조한 가운데, 중국이 빠르게 이번 대회 우승을 확정하면서 13회 우승으로 뒤를 바짝 쫓는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에 6연속 왕좌를 내줬던 악몽을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박정환 9단(오른쪽)이 당이페이 9단(중국)과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2강에서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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