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대만 타이베이시 티엔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일본 상대로 3-6으로 석패했다.
총 6개 국가 가운데 1승 2패로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나란히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당초 목표로 했던 도쿄돔행마저 불투명해졌다. 이대로라면 조별리그 탈락을 피하기 어렵다.
이날 시작은 좋았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을 오갔을 정도다. 대표팀은 ‘숙적’ 일본에 맞서 5회초까지 3-2 리드를 잡기도 했다. 다만, 양 팀의 최종 안타 수(10-11)가 보여주듯 난타전이 계속된 가운데 끝내 재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역대 프로선수 참가 국제대회에서 일본 상대로 총 53경기 23승 30패를 기록 중이다. 이 가운데 사회인 선수가 일본 대표로 참여한 아시안게임(2018, 2023년) 승리를 제외할 경우 9연패다. 2015년 WBSC 프리미어 12 준결승 승리(4-3) 이후로 계속해서 지고 있다.
조별리그 1승2패, 대표팀의 앞은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14일 2차전 쿠바를 만나 8-4 승리를 거뒀지만, 그 이외에는 아쉬움을 거듭 남겼다. 대표팀은 현재 2승0패를 기록 중인 대만(3-6), 일본에 모두 패했다. 조별리그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까닭이다. 소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일단 남은 2경기인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 18일 호주전을 모두 이겨 3승2패를 만드는 게 먼저다. 그럼에도 쉽지 않다. 기적적으로 일본, 대만 둘 중 한 팀과 동률을 만들어도 불리한 입장이다. 대회 규정상 ‘동률 팀들중, 해당 팀들 간 경기에 승리한 팀’이 우선순위를 가져간다. B조 최강 일본이 미끄러지는 그림도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결국 호주(3위·1승1패)의 ‘이변’을 기대해야 한다. 한국에 패하면서도 대만을 잡아 조별리그 최종 3승2패가 3팀 이상 나오는 시나리오다. 참고로 호주는 17일 대만과 맞붙는다. 심지어 이 경우에도 한국의 진출 여부는 불확실하다. 득실 점수 차이로 순위를 결정하는 팀 성적지표(Team Quality Balance·TQB)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가시밭길, 그러나 이겨야만 다음을 꿈꿀 수 있다. 16일 도미니카전 선발 투수로 예고된 우완 임찬규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기존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대체 선발된 가운데 벼랑 끝 중책을 맡았다. 선봉장으로 나선 만큼 승리와 함께 호주전으로 이어지는 기세가 필요하다.
임찬규는 올 시즌 프로야구 25경기에 등판해 10승6패 평균자책점 3.83(134이닝 57자책)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 무척 강한 면모를 뽐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포스트시즌(PS) 3경기에 나와 16⅔이닝 2자책 맹활약으로 ‘가을 사나이’가 됐다. 그 상승세를 대표팀에서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팀은 그간 프리미어12에서 우승(2015년), 준우승(2019년) 등 호성적의 기억을 남겼다. 3회째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사회생을 노린다.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은 분명하다. 류중일호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마지막 반전을 만들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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