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는 ‘SNL 코리아’, 풍자와 불쾌감 사이 [지동현의 지금e연예]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었던 OTT 후발주자 쿠팡플레이에 ‘SNL 코리아’는 흥행의 일등 공신이었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정치인까지 초대해 선보이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풍자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자 인기 요인이었다. 2021년 리부트 첫 시즌을 시작으로 4년 내내 남다른 인기와 화제성을 자랑하던 ‘SNL 코리아’지만 최근 종영한 시즌 6를 기점으로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뉴진스 멤버 하니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어눌한 한국어를 흉내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같은 회차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인터뷰를 패러디할 때는 굽은 자세와 함께 반쯤 눈을 감은 상태로 나른한 말투를 사용해 외모 희화화 논란을 불렀다.

 

 

외설적 패러디도 도마 위에 올랐다. tvN 인기 드라마 ‘정년이’를 ‘젖년이’로 19금 패러디했다. “이리 오너라 벗고 허자”, “보기만 해도 임신할 것 같다” 등의 대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원작의 페미니즘 요소와 더불어 ‘정년이’ 자체가 여성 국극을 소재로 하는 여성 중심 서사라는 점에서 이같은 패러디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19금 코미디는 ‘SNL 코리아’의 정체성 중 하나다. 과거 tvN 시절부터 쿠팡플레이 리부트 버전까지 선정적이라 할 수 있는 개그가 숱하게 나왔다. 여성 호스트는 가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고 신동엽을 비롯한 출연진은 과장된 리액션을 선보였다. 남자 호스트의 경우에도 중요부위에 손을 넣어서 냄새를 맡거나 손을 빠르게 상하로 흔들어 성적 행위를 연상시켰다.

 

무엇보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이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정년이 등은 현재도 파장이 이어질 만큼 당시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매주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개그 코너 입장에선 패러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SNL 코리아’가 이번에만 유독 논란을 부른 건 풍자와 희화화 사이 적절한 선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풍자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대상 설정이다. 과거 ‘SNL 코리아’가 선보였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사회적 강자로 꼽히는 정치인을 상대로 풍자의 칼날을 휘둘러 인기를 끌었다.

 

최근 논란이 된 인물은 어떤가. 하니는 최정상 걸그룹 멤버지만 ‘SNL 코리아’가 패러디한 국정감사장에서는 자신이 겪은 부조리를 폭로하기 위해 나왔다. 증언을 이어가다 눈물을 쏟는 등 그 순간 만큼은 누구보다 약자의 위치에 섰다. 한강 작가는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인물이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 국민이 들썩였고 자부심을 가졌다.

 

그런데 ‘SNL 코리아’는 하니와 한강 작가를 어눌한 말투로 따라하는 등 과장된 묘사에만 그쳤다. 패러디 대상을 그저 우스꽝스럽게 재현하고 따라하는 데만 주력했다. 맥락 없이 외모와 말투를 흉내 내기만 하는 코미디는 풍자라고 할 수 없다.

 

‘정년이’도 마찬가지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 중심 서사를 가진 정년이는 배우와 팬들 모두 뜻깊고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진은 늘 선보이던 19금 코미디의 한 결로 생각했겠지만 대상의 본질과 맥락을 놓친 개그는 모두의 공감을 살 수 없다.

 

과거 한 개그맨은 “개그는 개그일 뿐인데, 다 비하로 본다. 우리는 비하할 의도가 없다”고 코미디의 제약을 토로한 바 있다. 시대가 변해 코미디에만 유별나게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 것일까. 창작자의 의도만으로 평가되지 않는 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 의도만으로 평가받길 원하는 건 오히려 특혜에 가깝다. 창작이 늘 어려운 이유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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