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300억 벽을 깼다.
내야수 최정이 또 한 번의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이번에도 유니폼은 바뀌지 않았다. 6일 SSG와 4년 총액 108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80억 원)에 사인했다. 이번 계약으로 최대 2028년까지 현역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종신계약이다. 원클럽맨으로서, 다가오는 청라 시대를 함께 개척해나갈 예정이다. 최정은 “늘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팬 분들께 감사드린다. 이 말은 아무리 해도 과하지 않은 듯하다. 다시 끈을 조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정은 SSG의 ‘살아있는 전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SK(SSG 전신)에 입단한 뒤 줄곧 인천에서만 둥지를 틀었다.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은 물론이다. 20번의 시즌을 거치며 통산 홈런 1위(495홈런), 득점 1위(1461득점), 루타 1위(4197루타), 타점 2위(1561타점) 등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강력한 한 방은 최정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KBO리그 최초로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마크했다. 역대 3루수 골든글러브 최다 수상 공동 1위다.
처음부터 최정과 SSG 모두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았다. 일찌감치 다년 계약을 맺는 방안도 고려됐다. 최정이 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는 날(4월 24일 부산 롯데전) 발표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정도. 다만, 모기업 사정이 좋지만은 않은 데다 샐러리캡 등도 지켜봐야했다. 선수와 구단 간 세부적인 의견 차를 좁히는 과정도 필요했다.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 배경이다. 김재현 단장은 “선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어떻게 잔류시킬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서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전액 보장이다. 끈끈한 신뢰가 엿보인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FA 계약의 경우 과거와 현재가 아닌, 미래를 향한 투자다. 1987년생으로 3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지만, SSG는 세 자릿수(100억대) 금액에도 안전장치를 뺐다. 김재현 단장은 “(최)정이를 100%를 믿는다”고 운을 뗀 뒤 “나이를 고려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정이가 몸 관리하거나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4년 정도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새 이정표를 세웠다. 어느덧 세 번째 FA 계약. 첫 FA 권리를 취득했던 2014년 11월 4년 총액 86억 원에 도장을 찍은 데 이어 두 번째였던 2018년 12월 6년 106억 원에 손을 잡았다. 이번 계약까지 누적 302억 원이다. 리그 사상 최초로 통산 누적 총액 300억 원 고지를 밟는 순간이다. 종전까진 포수 양의지(두산)가 가지고 있던 277억 원이 최다 기록이었다. 최정은 “부상 없이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겠다”고 전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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