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외야수 홍창기(LG), ‘인기 만발’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비 국내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더그아웃에서 재미난 풍경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야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뭇 진지한 태도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별 회담’의 공통분모는 단연 홍창기다. 최근 대표팀 내야수 박성한(SSG)도 “훈련 중 (홍)창기 형한테 많이 질문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에 3일 고척 스카이돔 훈련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홍창기는 환한 미소와 함께 “거의 야구 얘기만 한다. 훈련도 그렇고, 타석에 들어가기 전 시간이 남을 때마다 동생들과 자주 대화한다”며 “조언을 해줄 때도 있지만, 오히려 조언을 받을 때도 많다. 주로 마운드 위 투수 상대로 어떻게 치는지, 칠 것인지 등을 많이 물어본다”고 밝혔다.
박성한뿐만이 아니다. 함께 외야진을 맡고 있는 이주형(키움) 역시 홍창기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동료 중 하나다. 홍창기는 “(이)주형이는 같은 왼손 타자라서 그런지 (타격 관련해서) 대화를 많이 나눈다. 나도 (평소) 주형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고 설명했다.
홍창기는 KBO리그 대표 ‘선구안’ 타자다. 2023년부터 2년 연속 출루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자동 투구 판정시스템(ABS) 도입 후인 올 시즌 또한 출루율 1위(0.447)에 올랐다는 점이 돋보인다. 앞서 1, 2일 이틀간 고척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 2경기 모두 대표팀의 1번 타자를 맡았고, 5타수 2안타 2볼넷 1사구 1타점을 기록했다. 거듭 타선을 고민 중이라던 사령탑도 리드오프 구상만큼은 확고해 보인다. 3일 훈련을 앞두고 류 감독이 “1, 3번은 이대로 간다”고 말한 배경이다. 참고로 대표팀 3번 타자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타자 김도영(KIA)이다.
다만, 홍창기 본인은 타순을 향해 “딱히 부담감은 없다”면서도 “1번으로 출전할 수 있는 것 자체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8번을 치든 9번을 치든 상관없다. (팀 동료들을 보면) 누가 리드오프를 맡아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두텁다. 내가 1번을 못 맡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대표팀은 처음이라서 적응하는 단계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동생들과 최대한 똑같이 행동하고 생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웃었다.
한편 한국은 오는 13일 대만과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 선수들은 국내 훈련 중 전력분석팀의 자료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홍창기 역시 첫 경기의 중요성을 안다. 끝으로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상대 팀 투수가 있는지 묻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나왔던 투수(린위민)”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대만의 2003년생 기대주 린위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예선 2차전 한국 상대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이다. 이때 결승전에서도 다시 만나 5이닝 2실점 투구를 했다.
이를 두고 홍창기는 “나는 상대해본 적이 없지만, (문)보경이라든지 그때 뛰었던 동생들이 그 선수 공이 정말 좋다고 하더라. 이번에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분석 영상을 많이 봐야 할 듯싶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고척=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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