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제훈은 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제15회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본 시상식에 참석해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이제훈은 연기=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또 한 명의 배우다. 더불어 그가 출연한 ‘탈주’는 올해 열린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다수의 주요 부문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개인적으로 기자가 올해 영화기자로 만난 영화 중 탑3 안에 꼽는 영화이고, 연기 역시 그렇다.
궁금했다. 연기 잘하는 걸로 두말하면 입 아픈 배우 이제훈은 왜 기획사를 차렸을까. 마음만 먹으면 계약금도, 정산 비율도 본인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도장을 찍어줄 회사는 많을 텐데.
이제훈은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충무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영화 ‘고지전’, ‘건축학개론’,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모범택시’ 등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 평단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매니지먼트사인 컴퍼니온을 설립했다. 물어봤다. “저기, 제훈씨. 회사 운영 만만치 않죠?”
이제훈은 특유의 친근한 웃음으로 “아이고, 쉽지 않죠”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금세 진지하게 이야기를 잇는다.
이제훈은 “처음에는 (회사 설립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새로운 기획사를 만나 2∼3년을 함께 하다 보면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이동을 해야 할 텐데, 계속 반복되면 ‘이게 내가 원하는 게 맞나’ 싶을 것 같더라”며 “나는 평생 배우를 할 거니까, 스스로 매니지먼트를 하며 만들어보자는 호기로운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독립영화를 할 때 혼자 활동을 하다가 기획사에 들어가 성장을 한 사람이다. 당연히 회사 없이 활동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면서도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온전히 지고 싶었다”라고 1인 기획사 설립 배경을 전했다.
설립 이후 이제훈의 선택을 함께해 줄 동료들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과 회사를 함께 꾸려가고 있다. 이제훈은 “일을 오래 함께 해준 사람들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감히 회사를 차리지 못했을 거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잘하고 싶다. 더 좋은 비전을 제시하고 싶다”며 “이 업계에 들어와서 절 바라보고 매니지먼트라는 꿈을 가지고 계속 성장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라고 사로잡혔던 신인시절 모습이 있는데, 이들 덕분에 시야가 넓어지면서 인간적인 성장을 하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배우가 감성의 영역이라면, 대표는 현실적인 부분들을 직시해야 하는 자리다. ‘직원들 월급날이 언제냐’는 질문에 또 한 번 크게 웃는다. 그는 “사실 회사를 차릴 때 배우들이 꼭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며 “같이 일하는 식구들에게 월급도 줘야 하고 회사 임대료에 차량 리스비, 월 공과금 외에도 정말 많은 고정비가 있다. 그리고 이 고정비는 갈수록 상승한다. 내가 쉬면 직원들 월급은 누가 주나’ 싶을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을까. 이제훈은 작품을 쉼 없이 하는 ‘다작 배우’로 유명하다. 그는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문제 없이 흘러오고 있지만, 매니지먼트 운영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운영을 위해 작품 선택을 억지로 하게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한다. 매니지먼트를 하는 건 배우로서의 역할을 잘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주객전도되는 상황이 오면 안 되겠다 싶다”면서 “나를 믿고 회사를 선택한 친구들이 평생 직장으로 다닐 수 있도록 배우로서도 성장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컴퍼니온(COMPANY ON)은 ‘따뜻하다’의 온(溫)과 ‘온전하다’의 온(穩), 그리고 ‘켜다’ 영문 ON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동행을 뜻하는 ‘컴페니언(COMPANION)’ 발음과 유사한 점에 착안,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동행하는 곳’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3년 가량 1인 소속사였던 컴퍼니온은 신예 김은비를 시작으로 절친 이동휘를 영입하며 배우 3인 구도를 취하게 됐다.
그는 “꼭 함께하고 싶은 배우였다. 독립영화에 애정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더라. 또 성장과 발전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더라. 배우로서 인간 이동휘로서 잘 성장해 나가는 데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애정을 나타냈다.
이제 작품을 볼 때 눈에 띄는 배우가 있으면 ‘저 친구는 회사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이 대표’다. 추가 영입이 열려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작품을 쉬어도 매니지먼트 운영의 어려움이 없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활동하지 않아도 최소한 우리 직원들이 꿈을 잃지 않고 월급을 받으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저의 목표다. 그런 부분을 이뤄내지 못하면 실패다. 대표로서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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