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에서 아파트까지 종합선물 K-컬처]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위상 더 높아진다”

소설가 한강(왼쪽), 피아니스트 임윤찬. 뉴시스

“핫하고, 새로운 흐름이라는 인식이 커질 겁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가 전망한 K-컬처의 위상이다. 28일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하재근 평론가는 “대중문화에 이어 순수예술에서도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며 “지원이 확대된다면 K-컬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민국 문화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은 10월을 기점으로 또 한번 변화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만든 K-팝 열풍,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이 만든 K-콘텐츠의 가치는 최근 요리예능 흑백요리사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로제의 신곡 아파트까지 다시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며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제는 순수예술 분야까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잇단 수상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K-컬처의 전성시대’라는 표현도 어색하지 않다.

 

◆노벨문학상에 톨스토이 문학상, 그라모폰 상까지 

 

지난 10일 한국은 노벨상 열풍에 빠졌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스웨덴 한림원에서 전해져왔다. 연약한 인간의 삶을 폭로하면서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 호평을 이끌었다. 식민지와 독재 시대를 겪은 한국이 오늘날 그 역사를 배경으로 글을 남기고 노벨상까지 받은 것에 대해 세계는 주목했다. 외신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소식을 전하며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성장하는 문화적 영향력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전제하며 한강 작가가 이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이력과 문학 외 K-무비, K-팝 등의 명성까지 되짚었다.

 

뿐만 아니다. 한국계 미국 작가 김주혜의 톨스토이 문학상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그라모폰상 수상 소식도 K-컬처를 주목하게 했다. 김 작가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2024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 시상식에서 ‘작은 땅의 야수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키릴 바티긴과 함께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톨스토이 탄생 175주년인 2003년 삼성전자 러시아법인이 러시아의 레프 톨스토이 박물관과 함께 제정한 것으로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자리잡았다. 한 작가에 이어 김 작가의 수상 소식까지 전해지자 한국 문학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임윤찬은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을 수상했다. 특별상인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도 상을 받았다. 그라모폰 어워즈는 영국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여는 시상으로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 ‘클래식계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다음날인 11일 오전 한 시민이 영풍문고 광주터미널점에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코리아’ 브랜드의 위상까지 높인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문화 시상식에서 한국인들이 최고 자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문화적 자부심은 물론이고, K-컬처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 평론가는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관심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 평론가는 “대중예술에서 문화를 알렸던 한국이 이제는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권위있는 수상을 받고 문화적 위상을 알리고 있다”며 “이러한 소식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문화적으로 핫하고 새로운 흐름이 생길 것이란 인식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놨다. 그는 “문화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면, 그 나라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만든다. 국가 브랜드 효과로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김 평론가는 “이 같은 쾌거는 늘 문화적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왔다. 오늘날 K-컬처가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라며 “당연히 관광이나 연계된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그러한 계기가 되는 K-컬처의 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정부나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과거 대산문화재단은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국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도왔으며,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한화그룹 등 기업은 매년 클래식 행사를 개최하고 음악 인재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 평론가는 “순수예술 같은 경우에는 돈을 버는 시장이 아니라서 결실을 거두기 위해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로 번역의 중요성도 많이 얘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며 K-문화를 잘 알리기 위한 지원을 대대적으로 늘려야한다고 짚었다.

 

김 평론가는 “개개인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 작가의 작품이나 음악을 두고 사상과 표현을 검증하는 시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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