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팔’ 강소휘, 억누르는 부담감

강소휘. 사진=KOVO 제공

 

‘최고 몸값 에이스라면 부담감까지 이겨내야 한다.’

 

세트당 평균득점 2.43(7세트 17점), 공격성공률 29.4%가 에이스 강소휘(도로공사)가 남긴 개막 2경기 성적표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연봉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6위에 머물렀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도로공사는 자유계약(FA)으로 떠난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페퍼저축은행)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핀치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중심축의 부재는 저조한 공격력으로 이어졌다. 이에 새 에이스 영입에 공을 들였다. 강수를 뒀다. 박정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같은 포지션의 강소휘를 품었다. 3년 24억원의 특급 계약이었다. 보수상한선을 꽉 채운 연간 보수 8억원이다. 이에 강소휘는 김연경(흥국생명)과 함께 올 시즌 ‘연봉퀸’ 자리에 올랐다.

 

당연히 부담감이 따라온다. 경기력에서 나타났다. 지난 22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10득점에 머물렀다. 이어진 26일 IBK기업은행전에서는 7득점으로 더 흔들렸다.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그나마 공격성공률이 42.86%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IBK전에서는 20%로 반토막이 났다. 도로공사도 개막 2연패에 빠졌다.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바로 박정아다. 페퍼저축은행 이적 당시 3년간 총액 23억2500만원을 받았다. 당시 FA 최고액이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실제 수치상 부진을 언급할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총 468득점, 공격성공률 32.67%를 기록했다.

 

문제는 임팩트였다. 프로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36경기) 및 세트(136)를 출전했는데, 개인통산 시즌별 득점에서 5위권에도 못 들었다. 공격 범실을 포함한 데이터인 공격 효율은 22.34%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즉 핀치 상황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박정아 특유의 강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담감은 에이스의 숙명이다.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는 “챔피언은 역경 속에서 강해지는 법”이라는 말은 남겼다. 부담감을 기꺼이 감내하며 자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진정한 에이스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연봉퀸이라는 부담감은 개막부터 시즌 종료까지 강소휘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10경기에서 만점 활약을 했더라도 1경기만 삐끗하면 ‘연봉퀸의 부진’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박정아도 그랬듯이 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강소휘를 지속해서 압박할 것이다.

 

물론 억지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감소클리닉(the Stress Reduction Clinic) 창시자이자 미국 메사추세츠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인 존 카밧진은 “어려운 상황과 감정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려는 것보다는, 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소휘. 사진=KOVO 제공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부담감을 털어낸 박정아는 개막 2경기에서 35점을 몰아치면서 공격성공률 55.00%, 공격 효율 46.67%로 펄펄 날고 있다.

 

강소휘의 능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도로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이유다. 매경기마다 하나씩 집중해가야 한다. 그래야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다.

 

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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