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 박지수 없는 KB, 코트 위 사령탑 허예은의 반문

사진=WKBL 제공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날개를 펼칠 차례다. 주목받긴 했으나 박지수의 그늘에 가려진 부분도 있었다. 2019~2020 WKBL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B국민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허예은의 이야기다. 박지수라는 리그 최고의 센터가 함께 하니 자신의 공격보다는 박지수의 공격을 먼저 보는 것이 임무였다. 잘 맞는 옷이기도 했다. 2021~2022시즌 투맨게임을 통해 박지수의 위력을 극대화하는 등 코트 위 사령탑으로서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박지수의 이탈과 함께 무너졌다. 2022~2023시즌 박지수가 공황장애로 시즌을 정상적으로 뛰지 못하자 허예은의 장점이 사라졌다. 위기를 극복할 힘이 부족했다.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고, 가드 출신 김완수 KB 감독의 쓴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올 시즌은 다른 나날을 예고한다. 박지수가 해외 무대로 떠났기에, 이젠 동료와 공격 옵션을 나눠서 지며 득점도 책임지는 가드로 성장하길 그려본다.

 

경기 후 만난 허예은은 “2년 전에 개막전(패배, 77-84 vs신한은행)의 중요성을 겪어봤기 때문에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며 “다 같이 해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박)지수 언니가 빠졌기 때문에 우리끼리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안다. 더 집착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달라진 태도 같은 게 느껴졌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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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뛰었다. 허예은은 38분 25초 동안 19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 4스틸로 활약했다. 3점슛은 9개나 시도해 3개를 성공했다. 박지수가 있었다면 시도해보지도 못했을 개수다. 그는 “지수 언니가 없기에 공격 옵션이 더욱 다양해졌다. 분업화가 중요할 것 같다. 골밑을 강조하는 농구에서 스페이싱을 강조하는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시즌에는 이렇게 슛을 못 던졌다. 팀에 슈터가 많아서 내가 공격 기회를 가져가는 걸 수도 있으나, 책임감을 갖고 던진다. 자신은 있다. 더 열심히 던질 생각”이라며 힘줘 말했다.

 

전력 약화 평가에도 정상을 바라본다. ‘첫단추를 잘 끼웠는데,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허예은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올라가고 싶은데,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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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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