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리에게’ 시청률, 왜 올랐을까 [정가영의 사선]

‘나의 해리에게’ 시청률 상승 속 시청자 반응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지니 TV 오리지널 ‘나의 해리에게’는 마음속 깊은 상처로 새로운 인격이 발현된 아나운서 은호(신혜선 분)와 마음의 상처를 꼭꼭 감춰 둔 구남친 현오(이진욱 분)의 행복 재생 로맨스. 신혜선은 극 중 14년 차 무명 아나운서 주은호와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주차장 관리소 직원 주혜리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정현오 역 이진욱과는 4년 전 8년의 연애를 마친 사이. 강훈과 조혜주도 각각 아나운서 강주연과 백혜연으로 분한다. 

 

 전국 2.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로 출발한 ‘나의 해리에게’는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22일 방송한 10회 3.6%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히트작이 없었던 ENA는 ‘유어아너’(최고 6.1%)에 이어 ‘나의 해리에게’까지 조용한 흥행에 성공했다.

 

 ‘나의 해리에게’는 KT의 IPTV 서비스 지니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ENA를 통한 본방과 재방송 등이 있지만, 티빙, 웨이브,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 익숙해진 시청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시청률의 상승은 기필코 ‘나의 해리에게’를 본방으로 시청하겠다는 ‘충성 시청층’의 유입이라는 의미다. 인기 채널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방영 채널을 고려한다면 시청자의 입소문으로만 만들어낸 성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과 시청자 반응은 갈렸다. 10화에서 은호와 현우가 사랑을 돌고 돌아 확인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냉담했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 장기 연애, 직장 내 갈등 등 중반까지 신선했던 소재들은 어느새 희미해졌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대를 걸고 인물을 이해해야 하는 수준. 멜로드라마가 갖춰야 할 절절한 공감과는 동떨어진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은호는 매일 오후 혜리가 되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현오와의 이별 후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는 인물. 1분이라도 방송에 더 얼굴을 비치기 위해 동료들의 무시를 받는 일도 일쑤다. 반면 혜리의 일터는 컨테이너 안 작은 공간이지만 주연과의 사랑으로 행복을 느낀다.

 

 현오의 간호 이후 은호의 증상은 호전됐지만, 현오의 결혼 소식에 그토록 간절했던 아나운서 자리는 허무하게 내려놨다. 불친절한 전개 속 결국 해결의 키는 ‘사랑’이라는 정해진 답변 외에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힘들었다. 더욱이 주인공들의 갈등 속 갑자기 등장하는 유머 코드는 김을 새게 만들었다.

 이진욱은 말 그대로 ‘후회남주’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이별을 고하고,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마음을 표현한다. 은호의 질병보단 질투가 먼저, 실종 이유도 문지온(강상준 분)의 설명을 통해 듣는다. 오히려 서브남 강주연의 서사에 오히려 더 마음이 닿는다.

 

 주연과 혜리의 서사가 견고해지고 나서야 현오가 이별을 고한 이유가 그려졌다. 심지어 후회하는 현오의 숨죽인 오열은 주연의 눈물섞인 고백에 가렸다. “혜리 씨가 누구일지라도 상관없다. 날 사랑하지 않아도 다 버리고 같이 가줄 수 있다”는 강주연의 외침을 본 일부 시청자들은 ‘10화를 자체 엔딩으로 삼겠다’며 전개에 불만을 드러냈다.

 

 중반부 이후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주연 배우 4인방의 연기력은 나의 해리에게를 봐야 할 유일한 이유일 지도 모른다. 

 

 ‘철인왕후’에 이어 또 한 번 1인2역에 도전한 신혜선은 극과 극 캐릭터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소화한다. 목소리 톤, 눈빛 어느 하나 같은 것 없는 두 인물,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한다. ‘로맨스가 필요해2012’, ‘너를 사랑한 시간’ 등을 통해 친구 같은 연인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한 이진욱은 기대만큼의 연기를 보여준다. 다만 현오 캐릭터에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갖게 한다. ‘짝사랑 경력직’ 강훈이 연기한 강주연은 ‘서브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아나운서 변신도 성공적이었다. 중저음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눈빛 연기는 강주연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 넣었다.

 

 TV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시청자를 인질로 삼고 있다. 이조차 전략이라면 성공일 지도 모른다. 최종 2화만을 남겨둔 가운데 과연 작품의 목적대로 무사히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시청률을 경신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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