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 명이 1년에 4000건 수술”…심평원, 대리수술 실태조사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
건보공단에 수술비용 12억 청구
‘매일 13건’ 가능한지 의문 제기
“연간 700건 가능 … 확인 필요”
간호조무사 수술 사례도 조사

# 의사 A는 의사가 아닌 B에게 환자들의 피부 절개, 시야 확보 행위, 봉합 등을 할 것을 지시했다. B는 실제 수술에 참여하며 해당 의료행위를 마쳤다. 이후 수술 담당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연락한다. 연락받고 온 수술 담당 의사는 레이저로 환자의 터진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황색인대의 감압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체크하고 병변을 제거한 뒤 수술실을 나간다. 이후의 봉합 역시 B의 몫이었다. 이 병원은 같은 방법으로 19회에 걸쳐 19명의 환자들에게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2억 6145만307원을 교부받았다. 2021년 1월 26일 무렵부터 같은해 4월14일 경까지 일어난 일이다.

최근 의사 1명이 혼자 1년간 4000건의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집도하며 12억원 이상을 청구한 사실이 조명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실태조사에 나선다. 국회에서도 이번에 거론된 대리수술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짚었다.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게 “의사 한 명이 1년간 4000건의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집도하며 12억원 이상을 청구했다”며 “의사가 1주일 중 하루만 쉰다고 해도 하루 평균 13건의 수술이 진행된 것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고 질문했다.

이는 박 의원실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주상병의료인별 인공관절치환술 등 상위 5순위 청구 현황’을 토대로 이뤄진 질문이다.

박 의원은 “청구된 금액인 12억원은 수술 비용만 따진 것”이라며 “검사료, 입원료, 식대를 비롯해 비급여, 본인 부담금까지 고려하면 (논란의 의사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까지 부당 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 심평원장은 이에 대해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혼자 1년에 700건 정도 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를 넘어서는 것은 조금 살펴봐야 한다”며 “(지적받은 병원과 의사에게) 지급된 검사료, 본인 부담금 등이 얼마나 지급됐는지까지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간호조무사 등의 대리수술 현황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박 의원은 강 심평원장에게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게 한 후 병원에 상주시키고 수술방에 투입시킨 사례도 있다”며 “건강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의사 제도가 왜 필요하느냐. 불법인데도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간호조무사가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수술, 유령수술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실태 파악을 해서 보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강 심평원장도 “인공관절 수술은 간호조무사가 하면 안된다”고 동의했다.

앞서 지난 7일 진행된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협조를 통해 위법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강 심평원장은 “계획을 세워서 시간을 갖고 조사를 하겠다. 조만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적발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이번 대리수술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이라는 이유로 (의사)면허가 취소되지도 않고 심지어 방송 출연도 하고 있다”며 “의사가 아닌 사람들도 누구나 수술할 수 있다면 왜 의사를 양성하고 건강보료를 지급해야 하나. 심각하게 이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익감시 민권회의, 국민연대,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등 시민단체도 대리수술과 유령수술에 대한 실태 전수조사와 결과 공개 요청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나선 의료기관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송운학 공익감시민권회의 의장은 “심평원에서는 공단 청구금액을 집행하다 보면 한 개 병원에서 의사 1명이 연평균 몇 명과 그 병원 전체의 수술을 얼마나 하는지의 통계가 나온다”며 “이 통계를 근거로 한다면 모든 의사들이 한 수술에서 대리·유령수술을 찾아낼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모든 병원들은 실태를 들여다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관련법 개정 등 입법으로, 보건당국은 행정지도와 명령 등 행정력으로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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