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윤 “3년동안 앨범 3개, 내년엔 이렇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가수 이승윤은 정규 3집 '역성' 발매를 앞둔 2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마름모

 

“지금까지 이승윤으로서 이룬 것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역성’입니다”

 

2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윤은 어느 앨범보다 정규 3집 ‘역성’에 자부심을 가득 가졌다. 지난해 4월부터 앨범 준비를 시작했다는 이승윤은 “이전에 앨범을 발매했을 때는 조금 아쉬움이 있다거나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좀 자부심이 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제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고 이걸 하려고 음악을 시작했다는 생각을 계속 느꼈다”며 “노래가 완성될 때도 ‘이 노래를 만들려고 내가 기타를 잡기 시작했나 보다’ 생각했다. 앨범을 완성하고서는 ‘이러려고 가수를 한 것 같다’ 했다”고 돌아봤다. 음악을 하기 시작한 이후 이승윤으로서 이룬 것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단번에 “‘역성’이라는 앨범”이라고 답했다.

 

앨범명 ‘역성’은 작업 후반부에 들어와서야 정해졌다. 이승윤은 “‘이 앨범을 매듭지을 만한 단어나 메시지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모든 것을 다 거스르는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고, 거스르는 것을 함축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찾다가 역성이라는 단어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찾고 보니까 역성이라는 단어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지지해 주는 일’이라는 뜻도 같이 중의적으로 내포하고 있더라.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담은 앨범을 저도 모르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마름모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역성’에 앞서 이승윤은 지난 7월 공개된 선발매 앨범의 타이틀곡 ‘폭포’가 사실 내부에서 만장일치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승윤은 “‘폭포’라는 노래는 우리가 정말 자부심을 느끼는 노래였다. 그래서 처음에 싱글로 내려다가 선발매 앨범이 됐다”면서 “저희가 ‘역성’이라는 노래를 또 뒤늦게 완성해 가면서 단순히 메시지적인 부분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이 노래가 또 타이틀이구나’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폭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제가 만약에 단 한 곡을 남긴다고 하면 저는 ‘폭포’를 남길 것”이라며 “‘폭포’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들을 위한 앨범이기도 하다.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을 통해 스타로 등극한 이승윤이지만 그는 “제가 무명이라는 단어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데 그 프레임의 삶을 살고 있을 때는 저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명들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 이름을 많은 분들이 연호해 주시는 상황을 살다 보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분의 도움을 구해야하고 수고를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 어떤 모순된 지점을 제가 요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이번 앨범은 제 이름을 빛내주기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만든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창작자로서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부연했다. 

 

이번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로 이승윤은 그의 음악적 동료들을 꼽았다. 프로듀서 조희원, 기타리스트 이정원, 드러머 지용희다. 지난해 4월 각자가 느낀 무력함과 고민들을 서로 나누면서 시작된 앨범이다. 이승윤은 “‘우리가 지금 이런 무력함 속에 있는데 0부터 같이 이야기를 만들고 같은 지점을 바라보면서 살아볼까’ 했다. 그때 저희가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았던 게 (앨범 작업)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마름모


실제로 데뷔 직후부터 모든 노래를 작사·작곡하는 이승윤은 그만큼 작업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는 “다행히 저는 무력감이나 좌절이나 화가 날 때 음악으로 해소한다. 창작이 소진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해소의 영역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다행히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력감에 대해 묻자 이승윤은 “세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조금 부끄럽다“고 웃었다. 이어 “이승윤이라는 인간으로서 혹은 음악인이나 창작자로서 누구나 벽은 한 번씩 느끼는 것 같다. 작년 어느 시점에 ‘나는 어떤 음악인이 될까’ ‘나는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될까’ 생각을 하면서 나름의 고민을 했다”고 고백했다. 

 

현재 작업한 곡들만 해도 단편 포함 수백개가 쌓여 있다고. 0부터 시작한 이번 앨범엔 담기지 않았다. 그는 “물론 쌓아뒀던 멜로디나 리프는 가져왔는데 아예 작곡을 완료한 노래는 쓰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저희끼리 한 30∼40곡 만들었다. 18개까지 추렸다가 이 맥락을 다 담을 수 있는 노래는 15곡인 것 같아서 마지막에 세 곡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공개 곡들은 언제 공개될까. 이승윤은 “제가 3년 동안 앨범 3개를 내서 내년에는 이렇게 살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제가 옛날에 밴드할 때 분명히 데모를 보냈지만 그때는 읽씹 당했다가 이제 와서 좋다고 하는 노래들도 있다”고 웃으며 “이 노래들이 세상에 나오려면 사실 주변인들의 동의를 얻어야 되는 부분이다. 그 친구들이 동의를 갑자기 해주면 나올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마름모

 

더불어 이승윤은 “제가 가사에 공을 많이 들이고 시간을 많이 들이는 타입인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사는 보통 러프하게 맥락을 적어낸 다음에 어떤 한 구절만 떼어놔도 의미가 있을 만한 문장으로 치환하려는 노력을 한다”며 “가사 전체를 읽어야 의미가 있는 것도 당연히 가장 중요하지만 문장만 봤을 때도 만족스러운 문장이 되게끔 공을 들이는 편”이라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돌고 있는 전국투어뿐 아니라 각종 페스티벌 무대에도 단골 손님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승윤. 그는 “사실 제가 올해 생각했던 일정이 조금 꼬인 부분이 있다. (일정이) 타이트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고민을 해야 되는 상황들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어떤 공연을 하기 전에는 ‘내가 이 무대에 진심일 수 있을까’ 아슬아슬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도 “막상 무대에 올라가서 관객들을 보고 팬들이 주시는 에너지를 받으면 진심이 안 될 수가 없다.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아직까지는 무대에서 진심으로 재밌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끊임없는 음악 작업과 공연 일정으로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터.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묻자 이승윤은 “건강 관리는 안 한다. 건강을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외면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취미를 두고도 “그냥 누워서 스도쿠 한다. 하는 게 별로 없다. 최근에 피파 새로 나온 거 깔아서 지금 한 세 판 해봤다”고 웃었다.

 

아이돌 그룹이나 트로트 가수 못지않은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이승윤. 특히 중장년층 팬들의 이승윤을 향한 애정이 두텁다. 이승윤은 “저는 제가 남자 팬이 많을 줄 알았다. 처음에 음악할 때나 클럽 공연 다닐 때도 남자들이 좋아했다”고 웃었다. 이어 “처음에는 저도 (무대에서) 예상치 못했던 시야여서 ‘어?’ 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제 노래가 세대라는 것에 아주 많은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제가 좀 고전적으로 생긴 게 아닌가”라며 겸연쩍게 웃으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밴드 음악이 사실은 1960∼90년대가 전성기였기 때문에 그런 요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율이 너무 쏠려서 공연을 하면 남자 분들이 존재감 어필을 많이 하신다. 덜 외롭게 해드리고 싶기도 하다”고 웃음을 불렀다. 


현재 조명되는 밴드 열풍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확히 말해서 코로나 이후 페스티벌 열풍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는 음악 형식, 록이라는 장르에 붐이 오려면 더 많은 고민과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닫힘’, 무언가를 끌어들이기 위한 ‘열림’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된다”며 “지금 페스티벌 붐을 밴드 붐으로 너무 완벽하게 오해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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