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인생 후반전] 바쁘게 달리는 김택수 탁구협회 부회장 “받은 사랑, 돌려드려야죠”

레전드 김택수 감독.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탁구로 받은 사랑, 탁구로 돌려드려야죠.”

 

탁구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택수. 그의 이름 뒤에는 수많은 직함이 따른다. 미래에셋증권 탁구단 총감독이자 대한탁구협회 실무 부회장, 나아가 아시아탁구연맹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엔 부산 세계선수권대회 사무총장 역할을 수행, 성공적인 대회를 이끌었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 김택수 감독은 “탁구로 받은 사랑이 크다. 결국 탁구로 돌려줘야하지 않나”라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직분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최고의 스타

 

김택수 감독은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탁구 스타 중 한 명이다. 1987년 숭일고 3학년 시절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년 가까이 묵묵히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었다. 1990년대부터 10년 이상 세계탁구 랭킹 10위권을 유지(최고 3위)했다. 펜홀더의 교과서라 불리며 많은 것들을 일궜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AG) 단식 결승전은 아직도 회자가 될 정도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류궈량(중국)과 32구 랠리 등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국민적 지지를 받은 것은 물론이다. 지금도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열렬한 응원을 받을 때면, 새삼 감사한 마음이 커진다. 김택수 감독은 “사실 현역 시절엔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몰랐다. 나와 보니 알겠더라”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이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국민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 함께 울고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탁구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노력하는 지도자

 

실제로 김택수 감독은 은퇴 후에도 탁구채를 놓지 않았다. 많은 일을 했다. 지도자로서 후배양성에 힘을 보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대표적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전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통과했음에도 천영석 전 탁구협회의 권유에 따라 대표팀 코치로 변신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자 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덕분에 유승민은 만리장성을 넘어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을 일궜다.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도 특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처음 손을 잡은 것은 지난해 초다. 당시 전지희는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전지희를 잡은 것이 바로 김택수 감독이다. 김택수 감독은 “욕심은 있는데, 몸 상태나 경기력이 저하돼 있더라”면서 “포기는 언제든 할 수 있다. 도와줄 테니 올림픽을 목표로 한 번 해보자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전지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복식 금메달,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변함없이 현장서 꾸준히 구슬땀을 흘린다. 김택수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는 어떤 모습일까. 김택수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중국 탁구가 왜 그렇게 강한지 궁금해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다.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인내를 갖고 계속해야 한다. 자신만의 철학도 필요하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발로뛰는 행정가

 

행정가로서도 바삐 움직였다. 선수 출신이 행정업무를 본다고 하면, 격려보다 의심의 눈초리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김택수 감독에게도 마찬가지였다. ‘2024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잊을 수 없다. 사무총장이 되자 주변에서 ‘경험 없는 자가 잘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김택수 감독은 “세계선수권의 경우 선수로만 9번을 뛰었다. 지도자로도 3번, 행정가로 2번 나섰다. 2년에 한 번씩이니깐 28년 동안 본 셈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마음을 다잡았다. 스스로 “잘할 수 있다. 잘할 것이다” 되뇄다. 돌이켜보면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2020년 개최될 예정이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포기하지 않았다. 외교력을 발휘하며 하나로 똘똘 뭉쳤다. 다시 한 번 유치에 나섰다. 스웨덴, 인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다섯 개의 나라가 경쟁한 끝에 최종 승자가 됐다. 한국서 최초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 제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최고”를 외쳤다. 김택수 감독은 “경기장뿐 아니라 연습장까지도 신경 썼다. 음식 단가를 높인 것은 물론, 경기장과 숙소 사이 이동이 원활하도록 도왔다. 단 한 건의 불만사항도, 안전사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수익까지 냈다. 김택수 감독은 “한국 탁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회지 않았나 싶다. 많은 걸 배웠다”고 끄덕였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끝없는 탁구사랑

 

탁구를 향한 관심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당시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았다. 기폭제가 된 것은 역시 파리올림픽이다.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임종훈-신유빈 조가 혼합복식서, 신유빈-전지희-이은혜로 구성된 여자 단체전서 메달 행진이 이어졌다. 김택수 감독은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 때 메달 획득에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포부를 갖고 도전했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026 강릉 마스터즈까지 유치했지만 만족은 없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김택수 감독은 “최고의 투자는 준비라고 생각한다”면서 “한 박자 빠르게 2028 LA올림픽, 2032 브리즈번 올림픽 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심해야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김택수 감독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 청소년, 유소년 육성 등 단기·중기·장기적인 계획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리그 설립을 주장하는 까닭이다. 김택수 감독은 “아무리 좋은 선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국내외 팬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많아야 빛을 발하지 않나”라면서 “이번 파리올림픽서 메달을 딴 대부분의 국가들이 프로리그를 운영 중이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이다. 그간 시범 운영을 했다고 하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작해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시대가 변했다. 스포츠도 산업화가 됐다. 성과에 따라 보상이 따르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 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